‘아베노믹스’ 엔저·고물가가 일본의 만년 여당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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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를 못했던 연립여당은 이로써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원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여당이 됐다.
지난해 9월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며 줄곧 금리 인상을 지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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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2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도 과반 의석 확보를 못했던 연립여당은 이로써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양원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여당이 됐다. “일본 정치를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마이니치신문 사설)는 진단이 나온다.
민심이 연립여당을 등진 배경에는 최근 12개월간 상승률이 3%가 넘는 ‘고물가’가 있다. 요네시게 가쓰히로 제이엑스(JX)통신사 대표는 “유효한 물가 대책을 내놓지 못해, 젊은층의 지지를 잃은 것”을 여당 패인으로 꼽았다. 4년째 연간 상승률이 3%를 넘고 있는 고물가는 2012년 말 시작된 ‘아베노믹스’에 그 뿌리가 있다.
선거 이틀 전인 18일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3% 올랐다. 1월의 4.0%에 비해 조금 낮아졌지만 디플레이션에 오래 시달려온 일본에선 초인플레라 할 만한 수치다. 일본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2022년 3.0%로 커진 뒤, 2023년 3.8%, 2024년 3.2%를 기록했고, 올해도 3%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는 가계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 물가보다 임금 상승률이 낮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 통계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들의 지난 5월 현금급여 총액은 전년동월대비 1.0% 증가했으나 물가상승분을 제거한 실질임금은 2.9%나 감소했다. 감소폭이 2023년 9월(2.9% 감소) 이후 최대였다.
일본 실질임금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개년 가운데 2018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하락했다. 2023년엔 2.5% 감소해 가계 타격이 매우 컸는데, 올해는 그보다 심하다. 최근 몇년간 최저임금을 큰폭 올리고, 대기업들이 급여 인상률을 높이고 있으나 보통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하락은 막지 못하고 있다.

“엔저가 물가고의 원인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책조정회장이 지난 4월13일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나와 한 말이다. 일본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 2차 내각 출범과 함께 일본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유동성을 풀고 엔화를 약세로 이끄는 아베노믹스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회복을 도왔다. 성과는 주가 폭등으로 나타났다. 아베노믹스 시행 전 9000을 밑돌던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2월22일 거품 경제 시기였던 1989년 12월의 최고치(3만8957)를 약 34년 만에 갈아치웠다. 한때는 4만도 넘겼다.
그러나 수출 대기업의 호황 뒤편에 가계 실질소득 감소라는 어둠이 매우 짙다. 코로나 위기 때의 공격적인 유동성 확대에 이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공급망 교란으로 물가가 급등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2023년7월 연 5.5%까지 급격히 올렸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연 -0.1%에서 0.1%로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났지만, 7월에 0.25%로, 올 1월 말 0.5%로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9월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며 줄곧 금리 인상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그가 총재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하자 선물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폭등하고 주가지수 선물이 폭락하는 일이 일어났다. 시장이 신임 총리의 정책 의지에 강한 우려를 표시한 셈인데, 이시바 총리는 취임 뒤 곧바로 “금리를 올릴 환경이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시장의 으름장에 포기한 셈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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