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자 추락사→병원장 실형’ 정신병원에 “사무장 병원” 새 증언

폐쇄병동에서 환자 추락 사망사고가 벌어져 병원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던 경기 안산 성은병원(정신병원)에 대해 유족 쪽이 추가 고소 입장을 밝혔다. 성은병원에서 근무했던 복수의 직원들 증언을 바탕으로 병원이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병원장 뿐 아니라 사무장(행정 원장)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성은병원 추락사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대표)는 22일 한겨레에 “새로운 증거를 확보한 뒤 경기 남부경찰청에 이아무개 행정원장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23년 4월25일 이 병원에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입원했던 박아무개(당시 49살, 여성)씨는 안전장치가 미흡한 병동 4층 창문을 통해 추락해 숨졌다. 사건 뒤 박아무개 병원장은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2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고 발생 정신병원장이 실형을 선고 받은 건 이례적인 사례로, 이미 한차례 같은 사고가 난 병원에서 주의의무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다만 유족들이 함께 고소한 이 아무개 행정원장과 방아무개 담당 의사는 경찰 단계에서 불송치돼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유족 쪽이 재고소에 나선 건 성은병원에서 근무했던 3명의 직원이 “성은병원은 오래전부터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됐다”며 행정원장에 책임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무장 병원은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병원을 개설·운영하는 병원이다. 2016년 설립돼 299개 병상을 갖춘 안산 성은병원은 본래는 신우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다 2021년 1월부터 성은병원으로 변경했다. 병원장인 박아무개씨는 신우병원 때 페이닥터(고용 의사)로 근무하다 성은병원으로 바뀌던 시점에 병원장이 됐다. 이아무개 행정원장은 신우병원 시절 원무부장을 맡았고, 그의 부인은 간호과장이었다고 한다. ㄱ씨는 “신우병원 이전에도 다른 이름으로 병원을 운영했는데 이 부부는 당시에도 실질적 주인이었다. 게다가 당시 다른 간부 2명도 인척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ㄴ씨도 “병원장과 함께 하는 회의에서 행정원장이 주요 결정을 내렸고, 심지어는 욕설을 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무장 병원으로 운영된 점이 반복된 사고 등 성은병원 의료의 질을 떨어뜨렸다고도 주장했다. ㄷ씨는 “진료나 프로그램을 하지도 않고 건강보험 급여를 허위·부당청구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 봄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신고했다”고 했다. 이어 “의료인의 윤리와 면허 책임을 전제로 할 때 ‘사무장 병원’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태다. 성은병원에서는 환자 추락사, 인력 미배치, 행정직 주도의 인사 통제, 격리실 기준 미달 등의 상황이 지속돼 왔는데, 만약 병원장 또는 실질적 운영자가 의료인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은병원은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 환자 사망 문제로 박씨 사건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 2020년 신우병원 시절에는 부당한 환자 격리·강박 문제가 제기돼 인권위로부터 개선 권고 결정을 받고, 병원장이 고소를 당해 패소했다. 이후 성은병원으로 간판을 바꾸며 병원장 박씨가 취임했지만, 3개월 만에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2년 만인 2023년에 또다시 박씨 추락 사망사고가 벌어져 병원장 실형으로까지 이어졌다.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무장 병원’은 사실 여부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은 박씨 추락사고와 관련해 이아무개 행정원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며, 수사결과 통지서에 “관리 감독 의무는 병원의 실질적인 소유주인 병원 원장에게 있다고 보이며 피의자에게 사실상 지휘 감독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병원 소유주는 병원장이므로 행정원장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다. 박씨 유족들에 따르면 성은병원은 2022년에도 내부 직원들 고발로 ‘사무장 병원’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다만 ㄱ씨는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지, 이익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중요하다. 행정원장이라면 급여를 받는 사람인데, 병원 이익을 어떻게 나눠 갖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운영 주체임을 증명하는 형식적인 서류는 갖춰놨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 운영 과정을 들여다보는 데까지 수사가 확대돼야 한다는 취지다.
유족들은 직원들의 새로운 증언이 사망 사고의 진짜 책임자를 가리는 데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족을 대리하는 최 변호사는 “성은병원이 ‘사무장 병원’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직원들의 증언이 앞으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은병원 박아무개 원장은 18일 ‘사무장 병원’ 의혹의 사실 여부 등에 관한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아무개 행정원장 역시 병원 원무과를 통한 한겨레의 통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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