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범람해 80대 나흘째 실종
- 아내 “그 나무 뽑혀 나가” 오열
- 휴가차 장모님 댁 방문한 사위
- 토사가 주택 덮치며 함께 참변
- 실종 2명 찾아…사망 12명으로
물 폭탄으로 1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수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과 함께 애절한 사연들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2일 60대, 70대 실종자가 각각 1명씩 발견되면서 이날까지 산청 물 폭탄으로 12명 사망, 2명이 실종 상태다.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 산사태로 실종된 80대 남성의 부인 전 모씨가 남편을 애타게 찾고 있다. 독자제공
이날 경남 산청군 산청읍 산청장례식장에서 열린 한 발인식에는 30여 명의 추모객이 참석, 비통한 표정으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은 산청에 사는 70대 장모와 서울에 거주하는 40대 사위로 지난 19일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에 밀려온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변을 당했다. 사위는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장모 댁에 휴가차 왔다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다행히 친구 2명은 구조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산청에서는 이날부터 산청장례식장, 경호장례식장 2곳에서 사망자들의 발인식이 이어질 예정이다.
산청군 신등면 율현리 산사태로 지난 19일 오후 4시 9분께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80대 남성의 사연도 애 타게 한다. 실종자의 아내 전모(74) 씨는 “사고 당시 남편이 물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큰 대추나무를 붙잡고 119에 살려달라고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며 “두 번째 통화에서는 내용을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중간에 끊겨 버렸다는데 이때 물에 쓸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씨는 “새벽부터 집 주변, 풀숲, 건물 구석진 곳 등을 둘러보고 있다”며 “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 제발 시신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전 씨는 사고 당일 아침 볼일을 보러 단성면에 나갔다가 화를 면했다. 주변에서 마을이 난리가 났다고 해 남편에게 전화하니 괜찮다고 해 그런 줄만 알았다며, 남편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를 떠올렸다. 이후 전 씨는 마을이 물에 잠겼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다시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전 씨는 “친구가 전화로 빨리 남편을 피신시키라고 해 전화를 계속했는데 받지 않았다. 80년을 산 동네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남편은 괜찮을 줄 알고 피신하지 않은 것 같다”며 “남편이 붙잡고 있던 대추나무도 뽑혀 나갔다”고 오열했다.
지난 19일 오전 산청읍 병정마을에서는 산사태 당시 토사에 떠밀려 온 할머니를 손자가 업고 수백 m를 뛰어 구한 사연도 알려졌다. 당시 현모(28) 씨는 주변 상황을 확인하러 집 밖을 살펴보던 중 굉음과 함께 흙, 자갈 등이 떠밀려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집을 덮친 토사에 현 씨도 하반신이 빠졌지만, 겨우 빠져나와 정신을 차려보니 1층에 있던 90대 할머니가 집 아래 차고 근처 바위 위로 떠밀려 가고 있었다. 비탈길에 위치한 현 씨의 집은 아래부터 차고와 2층 집 구조로 돼 있는데 산사태로 할머니가 차고까지 굴러 떨어진 것이다. 급한 마음에 119에 신고를 했으나 “길이 끊겨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 씨는 인근 마을회관 평상으로 할머니를 부축해 앉혀놓은 뒤, 약 700m 떨어진 마을 입구에 119구급차 한 대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할머니를 업고 마을 입구까지 내달렸다. 할머니는 찰과상 등을 입었으나 현 씨의 빠른 대처로 무사히 진주의 한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