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 들판에 그늘 싣고 갑니다”…농촌 ‘트랙터 쉼터’ 눈길

고귀한 기자 2025. 7. 2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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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노동자 위한 아이디어서 출발···이동·활용 장점
폭염 속 효과 ‘톡톡’, 호응도 커···“전국서 활용되길”
전남도종자관리소가 자체 제작한 이동식 그늘막 쉼터에서 노동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전남도 제공

“점심이나 쉬는 시간마다 멀리 나가야 했는데, 이제 바로 옆에 그늘이 와주니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전남도종자관리소에서 일하는 60대 노동자 A씨는 찜통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들판에서 매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트랙터에 실린 이동식 그늘막 쉼터가 작업장 가까이 따라오면서, 먼 곳까지 이동하지 않고도 땀을 식힐 수 있게 됐다. 쉬는 시간마다 그는 동료들과 그늘에 앉아 숨을 고르며 불볕더위를 견딘다. A씨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이 쉼터는 종자관리소 직원들의 자발적 아이디어로 제작된 ‘이동식 그늘막 쉼터’다. 폭염에 취약한 농작업 현장을 고려해 마련된 조치다. 현재 도내 온열질환자 114명 중 80%(91명)가 실외에서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논밭과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례가 66명으로 전체의 약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 됐다.

종자관리소는 트랙터용 트레일러에 버려진 철물 자재를 용접해 골조를 만들고, 위에는 천막을 씌워 넓은 그늘 공간을 확보했다. 접이식 구조로 제작돼 이동과 보관이 쉽고, 제작비도 약 15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 보유 자재를 재활용한 덕분에 외부 제작 시 예상 비용보다 약 85% 이상을 절감했다.

쉼터의 크기는 가로 6m, 세로 4m, 높이 2m로, 일반 파라솔보다 약 10배 넓은 그늘 면적을 제공한다. 간이 의자와 음료도 갖췄고, 트랙터는 물론 일반 차량에도 결합할 수 있어 다양한 농업 현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전기 등 부가 장비 없이도 바로 이동 가능한 점도 장점이다.

현재 종자관리소는 이 이동식 쉼터 2대를 운영 중이다. 트랙터 등 장비를 보유한 농가는 자재만 확보하면 직접 제작이 가능하다. 종자관리소 관계자는 “마을 단위 작목반 등에서 공동 제작하면 자재 조달이 쉬워지고, 제작비도 분담할 수 있어 활용률과 가성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100㏊ 규모 농지에서 벼, 콩, 보리류 등을 생산하는 종자관리소는 특히 고령 노동자가 많은 현장 특성상, 그늘과 마실 물 등 기본 시설 부족을 문제로 인식해왔다. 기존 고정식 그늘막은 작업 위치가 자주 바뀌는 농작업 환경과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현장 주무관의 제안으로 이동형 쉼터가 제작됐다.

종자관리소는 쉼터 운영 이후 현장 사진 요청이나 제작 방법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다른 시·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 방식이 단순하고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여서 전국 확산 가능성도 크다는 판단이다.

김재천 전남도 종자관리소장은 “폭염 속 현장 노동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한 때”라며 “현장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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