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부 국가산단 사업 추진 본격화 후 그린벨트 거래 집중
신규 후보지 15곳 발표 1년 전부터 6752건 거래...용인 1630건 ‘최다’
‘그린벨트 거래 비율’ 대전 61%, 광주 48%, 대구 27%, 창원 25%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이 저성장·저출생의 늪에 빠졌다. 인구소멸은 곧 지방소멸을 말하고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은 머리만 크고 몸체는 흐물거리는 괴물 나라를 만들 것으로 우려된다. 소멸과 집중의 속도를 늦추고 균형을 찾는데 전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다. 이는 지역 균형발전을 공약한 이재명 정부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윤석열 정부의 신규 국가산업단지 추진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윤 정부는 정부 지정으로는 14년 만인 2023년에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한 개발제한구역인 이른바 그린벨트(GB) 지역의 대폭 해제 조치도 내놓았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도 전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지역 경제에 숨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거란 경제적 효과에도 심각한 문제 제기가 뒤따랐다. 국가산업단지가 경제 발전과 지방 활성화라는 당초의 취지에 과연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시사저널은 기존 국가산단의 현 실태 등을 짚어봤다. 이번에는 땅 투기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관련 토지거래내역을 전수조사했다.
윤석열 정부 발표 1년 전부터 신규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 후보지 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거래는 223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정부의 사업 추진이 본격화한 2022년 여름 이후 187건의 거래가 집중됐다.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만 149건 신고됐다. 건축물 건축, 용도 변경 등이 제한되는 그린벨트 거래는 통상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경상남도 창원, 광주광역시 광산, 대구광역시 달성, 대전광역시 유성 등의 전체 토지 거래 건수에서 그린벨트 부분은 각각 25%, 48%, 27%, 61%인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 면적과 거래 금액에서도 그린벨트 거래 쏠림 현상이 엿보였다. 네 지역에서 전체 거래 면적과 금액 대비 90% 이상은 그린벨트 거래에 집중됐다. 이들 지역을 포함해 전체 신규 국가산단 15곳의 지역에서 6752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도 용인시에서만 1630건이 신고됐다. 이번 조사는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공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은 신규 국가산단 부지가 속한 읍·면·동 기준 토지다. 부동산신고법에 따라 향후 해제, 무효, 취소된 계약도 조사 기간 거래에 해당하는 만큼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대전 그린벨트 거래액 약 78억, 전체 중 78%
그린벨트 지역을 먼저 살펴봤다. 신규 국가산단 15곳 중 그린벨트를 포함한 곳은 경남 창원·광주 광산·대구 달성·대전 유성 등이다. 광주 광산 국가산단 내 그린벨트 면적은 320만㎡(전체 면적의 95%)다. 또 경남 창원은 327만㎡(96%), 대전 유성 427만㎡(81%), 대구 달성 184만㎡(56%) 등이다. 축구장(7140㎡) 1762개를 합쳐놓은 넓이다. 기존 35곳 국가산단은 전체 면적(5억9815만㎡) 중 2%인 1193만㎡가 그린벨트 지역이다. 비율로 따지면 신규 국가산단의 경우가 기존 국가산단 대비 15배 가량 높다(시사저널 7월7일자 「[단독] "기존 국가산단 그린벨트 해제 면적 1193만㎡인데, 尹정부 때 신규 해제 면적은 1258만㎡"」 기사 참조).
경남 창원·광주 광산·대구 달성·대전 유성의 토지 거래 중 그린벨트 비율은 최소 25%, 많게는 61%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해제될 것을 기대하고 그린벨트 토지를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 자체를 특이하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전체 거래 건수 대비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유성의 그린벨트 거래 비율은 가장 높았다. 이곳에서는 2022년 3월부터 윤 전 대통령의 발표(2023년 3월15일) 전날까지 토지거래 23건이 신고됐다.
여기서 그린벨트 거래 건수는 14건이다. 윤 정부의 신규 국가산단 추진이 본격화한 2022년 7월부터 발표 직전인 2023년 3월까지 매월(2022년 11월 제외)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이 기간에만 10건의 그린벨트 거래가 신고됐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2022년 여름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후보지 추천을 요청하는 취지의 관련 공문을 보냈고, 경기·부산·서울·세종·울산·인천·제주를 제외한 지자체는 같은 해 연말부터 국토부에 제안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거래 면적으로 따지면 그린벨트 부분만 전체(3만2520㎡)의 95%인 3만99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토지 거래액은 77억5700만원이다. 전체 거래 금액인 98억6394만원의 78% 수준이다.
대전은 신규 국가산단 추진과 관련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지역전략사업의 첫 수혜지로 선정됐다. 국토부는 지난 2월 국무회의 심의를 통해 대전시 나도·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등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비수도권 국가·지역전략사업 15곳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그린벨트 해제 가능한 총량을 적용받지 않으면서 기존 해제 잔여 총량 대비 17.268㎢(21%)의 추가 개발 여력을 확보한 바 있다.

다른 지역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 광산의 경우 그린벨트 거래 비율은 48%인 것으로 집계됐다. 발표 1년 전부터 거래된 21건 중 10건이 그린벨트 토지다. 광주 광산에서는 윤 정부의 발표 전달인 2023년 2월과 3월에만 각각 2건이 거래됐다. 앞서 2022년 4~5월에는 6건의 그린벨트 토지가 매매됐다. 그린벨트 거래 면적과 금액은 각각 4만6494㎡, 11억6630만원이다. 이는 전체 거래 대비 각각 91%, 63%에 해당한다.
대구 달성에서는 112건 중 30건(27%)이 그린벨트 거래 내역이다. 발표 직전인 2023년 1월 10건, 2023년 2월 2건, 2023년 3월 2건 등 거래가 집중됐다.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절차가 진행되던 2022년 10월에도 6건이 거래됐다. 2022년 여름부터 셈하면 모두 20건이 신고됐다. 그린벨트 거래 면적은 3만6239㎡으로 전체 거래 면적(8만409㎡)의 45%를 차지했다. 그린벨트 토지 거래액은 전체(405억450만원)의 11%에 해당하는 44억3481만원이다.
창원 거래 면적 21%, 거래액 30%가 그린벨트
네 지역 중 경남 창원의 토지 거래 건수는 674건으로 가장 많다. 그린벨트 거래 비율은 25%(169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율로는 가장 낮다. 그러나 국토부에 신규 국가산단 후보지 제안서를 제출한 2022년 12월(25건)을 시작으로 2023년 1월(38건)과 2023년 2월(35건) 등 그린벨트 거래 건수의 절반은 발표 직전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정부의 공문 발송 이후 각 지자체에서 후보지 선정 작업에 돌입한 2022년 10월에만 33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2022년 여름부터 신고된 그린벨트 거래 건수(149건)는 전체 기간(169건)과 비교하면 88% 차지한다.
창원 신규 국가산단 부지의 경우 그린벨트 거래 면적과 그 액수는 각각 35만4680㎡, 233억3141만원이다. 전체 거래 면적은 167억327㎡, 782억645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벨트 거래 면적은 전체 대비 21%에 머물렀다. 그런데 거래 금액은 30%로 오른 것이다. 그린벨트 거래 면적 비율이 금액의 경우보다 더 높은 다른 지역과 다른 지점이다.

이를 포함해 전체 신규 국가산단 지역 내 토지 거래는 6752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도 용인시에서는 1630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2024년 12월26일 용인에 대해서만 산업단지계획 승인을 완료했다.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부터 지정 과정은 통상 4년 이상 소요된다. 이번에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및 각종 영향 평가 등 인허가 패스트트랙(신속추진절차)을 통해 1년9개월로 단축됐다. 현재 토지 수용 절차 등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산하 중앙도시계획위원회는 윤 전 대통령 발표 전날인 2023년 3월14일 긴급회의를 열고 용인 지역 후보지 관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을 논의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당시 비공개 회의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을 통상적으로 지정하는 2년에서 3년으로 수정했다. 신규 국가산단 지정 이후 지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이후 2023년 3월17일 이러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건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각 지자체의 후보지 지정 건이 국토부에 보고된 2022년 11월부터는 545건, 2023년 3개월 동안에만 173건의 거래가 집중됐다.
이 밖에 △충청남도 천안 1550건 △전라북도 완주 559건 △충청북도 청주 374건 △경상북도 안동 362건 △전라북도 익산 354건 △충청남도 홍성 309건 △강원특별자치도 강릉 285건 △경상북도 경주 235건 △경상북도 울진 140건 △전라남도 고흥 124건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투자심사위원 등을 지낸 부동산 전문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그린벨트 거래 등과 관련해 "향후 해제될 것을 기대하고 거래된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매수 후 그린벨트가 실제로 해제된 경우라면 사전 정보를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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