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가산단 활성화, ‘지역 인재-산업-기업 매력 끌 정책 연계’에 달렸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25. 7. 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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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산단, 수도권-비수도권 불균형…노후화와 대규모 공실도 문제
단순한 토지 공급 정책으론 안 돼…사람과 기업의 선택 이끌어야

(시사저널=서원석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는 국가의 기간산업과 첨단산업 등의 육성,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정·개발하는 산업단지로서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 역할을 해왔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산단 유치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 애초 취지나 목표와는 달리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운영상 불균형 심화, 노후화와 대규모 공실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가산단 정책이 지역균형발전보다는 오히려 수도권 일자리 확대에 기여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산 실적 역시 일부 대규모 중화학공업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비수도권 국가산단들의 경제적 성과가 미미하고, 분양률이 100%임에도 지난 십여 년간 수출액이 '0원'으로 집계되는 등 지역 산업단지 상당수의 대외 경쟁력이 높지 않다. 이는 공실률 지표로도 확인된다. 시사저널이 전국 국가산단 35곳의 분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630만㎡에 달하는 부지가 분양되지 못하고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광주·경남·경북·대구·전북·충남 등에 집중되어 있었다(시사저널 7월3일자 「[단독] 35조원 들인 국가산업단지, 지방에선 "수출액 0원" '애물단지'로」 기사 참조).

이처럼 지역경제를 견인해야 할 산업단지들이 수년째 분양이 완료되지 않아 사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수도권의 국가산단들은 입주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노후화 및 입주 업종의 고도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된다.

국가산단, 그중에서도 특히 지역 국가산단에서 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을까. 여러 구조적 원인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수요 예측의 실패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있다. 전통 제조업의 쇠퇴와 산업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응하기 어려운 일부 지역에 무리하게 산업단지를 공급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지 선호도나 산업 전망을 정밀히 따지지 않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산단을 유치한 경우, 수요 부족을 초래해 애초에 "들어올 기업이 없는 곳에 국가산단을 만든 격"이 되어서 분양률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 일대 밀양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기업 유치 실패의 구조적 원인과 한계

두 번째는 지역 정주 여건의 취약성이다. 기업이 지방으로 가기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지역에 사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일할 수 있는 세대가 떠나면 기업으로서는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렵고, 남은 근로자들도 교육·의료·문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정주 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지역은 교육·주거·문화 인프라가 수도권 대비 부족해 기업 입주 매력도가 낮은 실정이다.

세 번째는 정책 수단의 실효성 부족이다. 정부는 그간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당근책을 동원해 왔다.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세금 감면, 보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이 국내로 복귀할 경우 각종 지원을 제공하는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벤치마킹한 제조업 복귀 지원책도 시행됐다. 현재도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 및 지원이 있다. 그러나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이유는 결국 그곳(지방)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이상 어떠한 정책을 펼치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정책 간 역할 혼선도 문제로 제기된다. 각 지역에는 현재 테크노파크, 혁신클러스터, 지식산업센터 등 산업 인큐베이터 시설이 조성돼 있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초기 성장 단계를 거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성장해 산업단지로 이전하도록 하는 단계적 육성이 이상적 모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유망 기업들이 테크노파크 등의 공간에 머무르거나 별도 창업단지에 입주하면서 정작 국가산단과 같은 최종적 단계의 공간에는 신규 유입이 적은 구조가 됐다. 즉, 산업단지가 지역 혁신 거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유사한 역할의 시설들과 입주 기업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지방의 국가산단 상당수가 초기 구상만큼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반쪽짜리 성과에 머무르고 있다.

다층적·복합적 역할 통해 매력도 높여야

국가산단 정책이 지역의 성장과 더불어 균형발전의 핵심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업과 사람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지역 인재와 기업의 연결 강화가 중요하다. 현재 정부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30 사업 등을 도입해 지방대학을 지역 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한다.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고 대학은 지역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 지역 내 취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 연결고리를 국가산단과 같은 체계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다. "지방에 서울대 10개를 만들겠다"는 발상처럼, 지역에서도 최고 수준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 기업이 참여하는 산학 협력을 활성화하면 지방 출신 청년 인재들을 지역에 묶어둘 유인이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또 국가산단은 주거복합단지가 돼야 한다. 현재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이 산업단지 내에 지어지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국가산단 내 주택 건설은 제한이 있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여가 및 생활 인프라가 집적돼 있지 않아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국가산단 종사자의 업무와 생활 편차는 수도권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국가산단이 주거 복합단지로서 업무, 생활, 소비 등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 지방 기업 종사자들을 지역에 묶어둘 유인이 강해질 수 있고 이에 대한 국가산단의 역할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체감하는 정책 매력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단순한 세제 혜택 이상의 입지부터 인력 확보, 정주 여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패키지형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지방 이전 기업에는 공장용지 제공과 세금 감면은 기본이고, 앞서 언급했던 근로자 주거 및 전반적 생활 지원까지 종합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별 산업 특성화도 더욱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즉, 지역 대학의 학과·연구소 특성과 연계한 전략·특화산업을 선정하고 이에 맞는 앵커 기업(선도기업)을 유치하거나 육성함으로써 해당 산업의 공급망 생태계를 지역에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산업 기관들의 연계를 통한 산업 생태계 조성 역시 필요하다. 테크노파크, 창업지원센터, 일반산업단지, 농공단지,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지정 목적과 입주 업종, 개발 및 관리 주체가 다른 기관(시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처럼 분산된 산업 지원 시설들과 산업단지 간 역할 조정을 통해 중복 투자와 경쟁을 완화하고, 기업 성장 단계별로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지원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국가산단의 성공은 단순한 토지 공급 정책에 머무를 게 아니다. 사람과 기업의 선택을 움직이는 다층화된 종합 정책에 달려 있다. 지역에서도 일자리의 질과 생활의 질이 수도권 못지않게 담보될 때 기업 입주와 지역 정착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산업 수요에 부합하는 전략적 계획, 지역 인재 양성과 생활 환경 개선, 그리고 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인센티브 설계까지 다각도의 노력이 동반돼야 지역 국가산단은 지역균형발전의 견인차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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