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강선우 임명은 원칙에 대한 배신… 국정동력 약화 초래[허민의 정치카페]

허민 전임기자 2025. 7. 22. 09: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허민의 정치카페 - 李대통령의 인사 기준
李 인사의 최고원칙은 ‘국민에 충직’… 갑질 강선우 임명은 ‘권력에 충성’ 선호한다는 뜻
상당수 장관 후보 ‘충직 - 능력 - 청렴성’ 수준 이하… 오기 인사는 국민과의 신뢰계약 깨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민에 대한 충직함’을 인사의 제1 기준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국민적 항의를 받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은 자신의 인사 기준에 대한 배신이다.

보좌진은 국민과 국회의원을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다.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갑질했다는 안팎의 증언과 증거가 제기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그를 고위 공직에 기용하겠다는 것은 ‘국민에 충직한’ 사람이 아니라 ‘권력에 충성한’ 사람을 쓰겠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장관 인사의 기준

대통령실이 이 대통령 집권 이후 1기 내각 인사 검증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와 언론 등의 요구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할 때부터 수상쩍었다. 뭔가 밝히기 어려운 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상한 점은 우상호 정무수석의 발언에서도 나타났다. 우 수석은 강 후보자 등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자 지난 1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 기준과 관련해 “부동산투기를 ‘심하게’ 했다거나, 성 비위에 연루됐다거나, 음주운전을 ‘심하게’ 해 인사 사고가 났다거나 이런 경우는 대부분 검증 과정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했다. 심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과거 경기지사 시절 기자간담회 때에는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다(2021년 7월 2일). 조국 사태 와중에 한 말인데, 당시만 해도 ‘청렴’을 무척 중요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인사 기준으로 밝힌 최근 발언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5월 25일 기자간담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은 ‘능력’과 ‘청렴함’, ‘충직함’이 될 것입니다.” 그는 순서까지 정했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에 대한 충직함’입니다. 국민의 대리인이자 일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주인에게 충직해야 합니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충직함과 유능함이 먼저입니다.” 대통령이 되기 열흘 전 그의 공직 후보자 임명을 위한 자격 기준은 충직-능력-청렴 순이었다.

◇강선우의 불충

강선우 후보자 임명 강행은 스스로의 인사 철학에 반한다. 개인적 인연을 그 어떤 가치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보은 인사, 내 사람은 무조건 지킨다는 오기 인사다. ‘이부자리’와 ‘장관자리’를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인사 원칙의 붕괴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 때부터 시작됐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김 총리의 최근 5년간 수입은 5억 원인데 지출이 13억 원이라는 점에서 차액 8억 원 출처에 대한 해명을 듣고자 했다. 하지만 필요한 자료는 제때에 제출되지 않았고, 증인·참고인은 단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 들으려 했지만 들을 수 없었던 청문회가 된 것이다.

김 총리의 선례는 다른 장관 후보자들에게 ‘뉴 노멀’이 됐다. 잠시 모욕을 참고 버티면 꿀 빠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태도다. 여당의 협조로 대부분의 증인·참고인이 채택되지 않았고, 후보자들은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 역시 대거 거부했다. 그 결과, 완료된 16명의 인사청문회에 채택된 증인·참고인은 다 합쳐 7명뿐인 진기록을 수립했다.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은 장기간 지속되고 수차례 제기된 반복적 행위로 확인됐다. 임금 체불로 고용노동부 진정을 받은 사실도 청문회 이후 드러났다. 보좌진은 민심과 국회의원을 연결하는 가교다. 그에 대한 갑질은 정치적 책임성과 공적 윤리를 저버린 행위이자 국민에 대한 불충(不忠) 행위다. 그를 임명하겠다는 건 이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던, ‘국민에 대한 충직함’이라는 최상위 인사 기준의 배신이다.

◇청렴함도 낙제점

안보의 요체는 국가를 보존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외교부(조현)·법무부(정성호)·고용노동부(김영훈) 장관과 통일부(정동영)·국방부(안규백)·국가보훈부(권오을) 등 장관 후보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북한군과 북한 정권”이라고 정확히 답한 사람은 정성호·안규백 후보자 둘뿐이었다. 다른 이들의 애매한 답변은 국가에 대한 충직함에 의문을 품게 했다.

이 대통령이 두 번째 인사 기준으로 꼽았던 청렴 항목에서도 장관 후보자 상당수가 낙제점이었다. 특히 대통령이 꾸준히 강조해 왔던 ‘부동산투기와의 전쟁’ 목소리가 장관들 인선으로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부동산투기와 직결되는 농지투기도 여럿 문제가 됐다.

‘다주택자의 고위공직 배제’ 방침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무색해졌다. 한 후보자는 수도권에 아파트·단독주택·오피스텔을 보유한 3주택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부동산투기, 편법 증여, 대기업 전세계약 등 부동산 관련 의혹 종합세트를 보여줬다. 조 장관의 아들은 ‘아빠 찬스’와 ‘갭 투기’로 15억 원을 벌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엔 ‘경자유전의 원칙’이 있다(제121조 제1항). 하지만 이재명 정부 장관들에게는 예외였다. 기획재정부(구윤철)·보건복지부(정은경) 장관과 통일부(정동영)·중소벤처기업부(한성숙) 장관 후보자는 본인 혹은 배우자들이 농지투기 의혹을 받았고, 하나같이 농사를 지었다고 생떼를 부렸다.

◇대통령의 반협치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협치쇼를 보여주긴 했지만 실제 협치는 없었다. 민정·공직기강·법무 등 민정수석실 3비서관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자기 사건 변호인 출신으로 기용한 것은 괴이한 일이었다.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협치를 말한 지 하루 만에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법제사법위원장을 독점했다. 차기 여당 대표 후보들은 국민의힘 해산을 공개 협박 중이다.

국민의힘은 기재·외교·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경우 통상 문제 대응을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수해 대응을 위해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력했다. 협치 차원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강선우 임명 강행으로 야당의 선의를 짓밟았다. 야당의 협치에 반협치로 응답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변에선 “대통령의 눈이 너무 높다”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는 아부성 발언이 나왔다.

정치는 말의 예술이지만, 결과로 평가된다. ‘협치’ ‘국민 눈높이’ 등은 이 대통령이 직접 만든 정치 브랜드의 핵심 언어들이다. 강 후보자를 비롯한 여타 문제투성이 장관 임명은 자신의 브랜드에 침을 뱉는 행위다. 야당과의 협치를 파기하고 국민과의 신뢰계약을 깬 결과는 국정 동력의 약화로 나타날 것이다. 벌써 국정 지지도 하락 조짐이 나타난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설명

국방백서에‘주적’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 노무현 정부 때 사라졌다가 이명박 정부 때 ‘적’ 개념으로 재등장.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사라졌지만 윤석열 정부 때 부활.

‘경자유전’은 경작하는 자, 즉 농업인·농업법인만 농지를 소유하게 하는 원칙. 소작을 금지하고 비농민의 투기적 소유를 방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제121조)과 법률 등에 규정됨.

■ 세줄요약

장관 인사의 기준: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 기준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충직-능력-청렴 세 가지를 공직 인사의 기준으로 제시. 특히 ‘국민에 대한 충직함’을 인사 제1 기준으로 밝혀.

강선우의 불충: 강선우의 보좌진 갑질은 국민에 대한 불충 행위이며, 이런 그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대통령 인사 철학에 반하는 것. 특히 스스로 언급한 ‘국민에 대한 충직함’이라는 인사 최상위 기준에 대한 배신임.

대통령의 반협치: 야당은 통상·수해 대응을 위한 장관 임명에 협조했지만 이 대통령은 강선우 임명 강행 방침으로 야당의 선의를 짓밟아. 협치를 파기하고 국민과의 신뢰계약을 깬 결과는 국정 동력의 약화일 것.

허민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