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근현대사 사유하는 전시 선보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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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언뜻 번듯하고 말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의 미술사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그러하듯, 굉장히 많은 것들이 뒤섞여 복잡하고 정의 내리기 힘들죠. 그걸 찬찬히 사유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막을 내린 전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을 기획한 박혜성(51·사진) 학예사는 '파격 전시'로 화제를 모은 이 전시의 의의를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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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초현실주의 파격기획 주목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언뜻 번듯하고 말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의 미술사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그러하듯, 굉장히 많은 것들이 뒤섞여 복잡하고 정의 내리기 힘들죠. 그걸 찬찬히 사유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막을 내린 전시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을 기획한 박혜성(51·사진) 학예사는 ‘파격 전시’로 화제를 모은 이 전시의 의의를 이렇게 밝혔다. ‘파격’은 국내 화단에서 비주류이자, 한때 아예 그 존재가 ‘없다’고 여겨지던 ‘초현실주의’를 가져오면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전시에서 소개된 6인에는 일본인으로 귀화한 김종남(마나베 히데오·1914∼1986)도 있어 약간의 논란도 일었다. 최근 덕수궁관에서 만난 박 학예사는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면서도 “복잡한 시대를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예술가를 미리 재단하는 시대는 이제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박 학예사는 이 전시의 도록 표지도 김종남의 작품으로 선택했다. 풀과 곤충과 사람이 왜곡된 크기로 어우러진 ‘새들의 산아제한’은 꿈, 환상, 무의식을 드러내는 초현실주의 미술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엔 국가란 개념도 없어요. 그 삶을 평가하기보단 작품이 탄생한 개인적·사회적 상황을 파고들 때 더 흥미로운 연구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초현실주의는 오랫동안 한국 근대미술의 ‘빈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 이후 미술계에서 그 공간을 채워 넣는 여러 시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성과일 수 있다. 또한 마그리트, 달리가 떠오르는 작품 아래, 한국 작가들의 이름이 생경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호응도 썩 괜찮았다. 박 학예사는 “덕수궁관 평균 관람객을 기록했으니 만족한다”며 웃었다. “덕수궁에 오는 분들이 기대하는 전시가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꽤 ‘충격적’인 전시였을 거예요. 이거 정말 한국 작품이에요? 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미술사의 ‘빈 공간’을 채워 넣는다는 건 국립미술관 학예사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다. 동시에 박 학예사는 대중적인 눈높이에서의 흥미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지난해 15만 명 관람객의 사랑을 받은 ‘한국 근현대 자수-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 대표적. 전시는 여성들의 단순·집단적 노동, 손기술에 의한 공예로 평가절하되던 자수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끌어올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굵직한 전시들의 ‘틈새’를 공략해 덕수궁관 역대 전시 관람객 수 1등을 기록했다. “너무 비주류만 다루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러한 빈틈이 하나하나 메워져야 전체를 더 잘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낯설어서 매력적이었던 초현실주의와 흔해서 놓쳤던 고귀함을 다시 보게 한 자수 전시. 이제 그가 공략할 다음 ‘틈’은 어디일까. 박 학예사는 “도불(渡佛)작가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응노, 김창렬, 박서보 등 이름만 들어도 예약 버튼을 바로 누르고 싶은 한국 현대미술 거장뿐 아니라, 해방 후 일본이 아닌 프랑스라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본향을 갈망했던 다양한 작가군을 발굴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제 ‘궁극의 전시’는 아마도 종교 미술이 될 것 같아요.” 박 학예사는 더 먼 미래의 ‘틈’을 내다본다. 그는 “서양은 종교를 깨부수며 근대화했고, 우리는 서양 종교를 받아들이며 근대화했다는 차이가 늘 흥미로웠다”면서 “그 지점을 예술로 감각하는 전시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아, 그런데 종교는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잖아요. 아마도 은퇴 직전에나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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