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수 ‘80.4조 → 62.5조’ 급감… 최고세율 ‘24% → 25%’ 인상 추진[10문10답]
YS정부이후 최고세율 하락추세
文정부, 소득재분배 강조로 인상
3년전 1%P 낮추며 24%로 조정
실질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
李정부“세수결손… 정상화해야”
기업들 “투자 감소 가속화 할 것”
트럼프 ‘제조업 르네상스’ 의지
美정부 ‘15%까지 내릴 것’방침

돈을 벌면 나라에 세금을 낸다. ‘월급쟁이’는 매달 월급명세서를 받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지급액 내역을 확인한 뒤 공제액 내역이란 불청객을 맞이한다. 이 같은 공제액 내역 가장 상단에서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 소득세 항목일 것이다. 기업이나 법인도 마찬가지다. 무언가 사업을 벌여 돈을 벌게 되면 나라에 세금을 내고,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내수 침체, 경기 악화 등에 따른 것인지 법인세 수입이 대폭 줄고 국가 재정에 타격이 일고 있다. 확장재정을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에는 법인세 수입을 확충하면 각종 정책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듯 법인세율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각 기업들은 노심초사다. 혁신과 경영난 타개를 위해 각종 재투자가 필요한데, 법인세 부담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을 통한 국가 재정 확충과 경제정책 강화 혹은 법인세 인하를 통한 기업 활성화, 정답을 찾기 어려운 갈래 속에 한국과 미국 정부의 엇갈리는 행보도 주목된다.
1. 민법·상법상 자연인과 구별되는 법인, 그 권리와 의무
법인은 법률에 의해 권리능력이 인정된 단체 또는 재산을 의미하며 일반 개인 같은 자연인 이외의 법적 주체로 간주되는 인격체다. 법인은 자연인과 동등하게 계약 체결, 소송 참여, 재산 소유 등이 가능한 데다 유한책임 원칙(출자한 금액 한도로만 책임을 지는 것)이 적용된다. 민법상 인정되는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상법상 인정되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각종 영리법인 등이 법률상 법인의 대표적인 예다.
법인은 자연인과 같이 납세의 의무를 지닌다. 과거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무역독점권을 부여받으면서 특권세를 내기 시작한 것을 법인세의 원형으로 보기도 한다. 혹은 19세기 영국에서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쌓으면서 자연인과 같이 소득세 납부 의무를 지운 것이 본격적인 법인세 납부·징수의 시초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2. 내국인·외국인처럼 구분되는 법인, 납세 의무도 일부 차이
자연인에게 납세 의무가 내국인, 외국인으로 구분되는 것처럼 법인도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에 따라 납세의 의무가 다르다. 우선 내국법인은 본점, 주 사무소 또는 사업의 실질적 관리 장소가 국내에 있는 법인을 뜻한다. 반면 본점 또는 주 사무소가 외국에 있는 법인은 외국법인으로 분류된다.
내국 영리법인은 국내외 모든 소득에 대해 토지 등 양도소득 법인세, 미환류 소득 법인세, 청산소득 법인세 등 모든 법인세 종류에 대해 납부 의무가 있다. 그러나 내국 비영리법인, 외국 영리·비영리법인은 토지 등 양도소득 법인세만 부과 대상이다. 역시 법인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법인세 대상에서 예외다.
3. 법인도 예외 없이 각종 소득 발생 시 ‘세금 부과’
내국법인은 그 활동에서 소득이 발생할 경우에는 법인세가 부과된다. 사업 연도마다 법인에 귀속되는 소득에 대해 “각 사업 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과세되는 것이다. 또 법인이 합병·분할하는 경우에도 피합병법인·분할법인에 “각 사업 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과세된다. 반면 각종 법인 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이 없을 경우에는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세 납부 법인이 줄었다는 것은 기업 등 법인들의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이 줄었거나 ‘0원’ 이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매년 분기별로 각 법인의 결산이 이뤄질 경우 3개월 내에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를 세무 당국에 제출해 법인세를 신고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월 결산법인은 익년 3월 31일까지 법인세 신고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다.
4. 정권 따라 오르고 내리는 법인세율… 현행 최고세율은 ‘26.4%’
법인세는 김영삼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까지 정권 4번이 바뀔 동안 지속 하락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법인세 최고세율은 34%였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22%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정부 기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서는 해당 정권의 조세정책 기조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 기조를 펴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박근혜 정부에선 세율을 22%로 그대로 유지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득 재분배와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강조되며 세율이 다시 노무현 정부 수준(25%)으로 되돌아갔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출범 직후 세율을 22%로 다시 내리려 했으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1%포인트 낮춘 24%로 조정하는 것에 그쳤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 법인세 최고세율은 26.4%까지 오른다.
5. 전체 국세 수입 중 법인세 비중 추이는
최근 10년간 연간 법인세수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 2022년 103조6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뒤 2023년 80조4000억 원, 2024년 62조5000억 원을 기록, 2년째 하락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활성화 대책 효과 이후 침체가 이어진 데다 2023년 최고세율이 24%로 인하 적용되기도 했다. 또 최근 법인세수 감소에 대해 대기업 등에 각종 공제가 적용되면서 감소했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산 10조 원 이상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23년 기준 18.7%로 일반기업 법인세 실효세율(19.6%)보다 0.9%포인트 낮다. 한편 법인세는 국세에서 지난 10년간 평균 22.14%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은 18.6%까지 떨어져 직장인이 내는 세금인 근로소득세 비중(18.1%)에 근접하기도 했다.

6. 법인세 인상에 관한 李 정부 및 여야 입장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부자 감세’ 성격을 띤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되돌리는 방향의 세제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환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 시절의 감세 정책이 오히려 세수 결손을 초래했다고 판단하며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하는 ‘응능부담 원칙’을 바탕으로 세율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증세나 감세보다는 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세액공제 등 실용적인 조세정책이 대안으로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은 법인세 인하가 투자 및 고용에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고 환원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경기 위축 우려를 이유로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 입장을 표하고 있다.
7. 법인세 인상하면 기업의 투자 촉진 저해되나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투자 여력과 경영 불확실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3년 5월 발표한 ‘법인세율 인하로 인한 경제적 효과 추정’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 1.1%포인트 인하로 설비투자액은 장기적으로 3.97% 증가, 실업률은 0.5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수립 등과 마찬가지로 법인세율 인상은 특히 제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높은 법인세 부담은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저해하고 기업가정신을 위축시켜 결국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8. 기업 법인들의 각종 법인세 절세 방안은
현재 한국에는 기업이 투자를 한 뒤 영업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법인세 공제가 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막대한 초기 비용이 투자된 이후 혜택을 받는 데 시일이 오래 걸리는 데다 투자비용 대비 공제 혜택도 적다는 입장이다. 이에 기업들은 투자에 따른 법인세 환급 직접 지원 방안 도입을 원하고 있다. 직접 지원 방안이 도입되면 기업이 투자한 만큼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어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고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도 절감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어 현금 흐름과 이익 측면에서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주주 환원 촉진 세제 등 세제 혜택도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주주 환원 촉진 세제는 주주 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등을 포함한 내용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추진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 논의 과정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경총은 최근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공제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9.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35%→21%)를 지속하는 감세법안(‘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서명하는 등 법인세 인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법인세 인하에 이어 추가로 15%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 인하 기조에는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미국을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 중국·인도 등에 포진한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법인세 인하와 맞물린 것으로 미국에서의 직접 생산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미 연방 정부 땅에 극도로 낮은 세금과 규제만 있는 특별지역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전되는 사업을 재배치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10.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의 법인세 회피 방법은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실제보다 적게 추산돼 법인세를 적게 납부하는 등 조세회피 문제는 계속 지적됐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회계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고, 국내 매출을 해외법인에 귀속시켜 법인세를 축소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코리아는 2024년 기준 한국에서 총 6328억 원의 매출과 594억5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239억6000만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3902억 원, 1590억 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데 반해 구글은 한국 매출의 상당 부분을 구글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싱가포르)에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매출을 줄였다. 메타·넷플릭스도 구독 멤버십 수익을 미국 본사에 이전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지난해 8233억 원의 매출을 올린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6644억 원(전체의 81%)을 미국 본사에 송금해 법인세는 13억 원에 그쳤다. 애플코리아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이 났다며 한국에 낸 법인세를 60% 가까이 줄였다.
박준희·신병남·이정민·이은지·이종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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