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과일 녹는' 여름, 식재료 공급에 여념 없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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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이미 많이 올라서 최근 폭우나 폭염이 또 가격을 끌어올렸을지는 확실하지 않죠. 그런데 지난해 난리가 났던 사과처럼 햇과일이나 김장철 배추 값이 껑충 뛸까 봐 걱정됩니다."
박모(51)씨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는 날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냐"면서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오니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짐작조차 안 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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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상황에 식재료 수급 상황 예의주시
대체 산지 개발하거나 품질 검증 철저하게
"대체 물량 확보·제때 공급이 성패 갈라"

"물가가 이미 많이 올라서 최근 폭우나 폭염이 또 가격을 끌어올렸을지는 확실하지 않죠. 그런데 지난해 난리가 났던 사과처럼 햇과일이나 김장철 배추 값이 껑충 뛸까 봐 걱정됩니다."
'괴물 폭우'가 지나가고 폭염이 찾아 든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장을 보던 김모(39)씨는 이렇게 말했다. 마트 내 가공식품을 파는 쪽에는 장 보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채소나 수박 같은 제철 과일 매대 주변은 한산했다. 조그만 양배추를 고른 60대 신모씨에게 '채소, 과일 값이 어떠냐'고 묻자 "값이 너무 올라 힘들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용산구의 이마트 용산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가공식품 판매 구역에는 사람들이 꽤 보였지만 신선 식품 매대 앞에선 가격표를 보거나 휴대폰으로 가격을 검색하고는 빈손으로 자리를 뜨는 이들이 많다. 박모(51)씨는 "제철 과일이나 채소는 날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않냐"면서 "역대급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오니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짐작조차 안 된다"고 걱정했다. 진모(44)씨는 "평소 가족이 먹는 만큼 장을 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변동성 강한 여름 날씨에 유통업계도 고민이 깊다. 혹독한 날씨가 이어진 탓에 작물이 크게 상해 이른바 '과일· 채소가 녹는' 시기다 보니 제철 과일이나 채소 등에 대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좋은 품질의 상품을 적절한 값에 공급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작물의 공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마나 폭염 등이 이어지면 과일은 당도가, 채소는 신선도가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세 쌀 때 사서 비축해두기도

올해 폭염· 폭우로 가장 큰 지장을 받은 건 수박이다. 주요 산지인 충남 논산과 부여, 전북 지역 등에서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수박의 호흡량이 많아져 당도가 떨어진 데다가 폭우 때문에 재배 시설이 망가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는 강원 양구나 봉화, 영양 등에서 평균 해발 300m 이상에서 나는 '산(山) 수박' 공급량을 늘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역시 양구, 봉화의 수박을 대체재로 준비하고 있다. 보통 수박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당도가 높으면서 껍데기가 두꺼워 고온이나 침수에 잘 견디는 '씨 없는 수박'도 유통업체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채소는 아직까지 공급에 큰 차질을 빚지 않지만 폭염이 길어지면 상추 같은 엽채소류의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대형마트들은 기온이 낮은 강원 지역에 대체 산지를 찾거나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배추의 비축 물량을 두 배로 늘리고 시금치·양파·사과를 시세가 쌀 때 사서 'CA 저장고'에 저장해 뒀다 내놓는다. 'CA 저장'은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해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 당시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 방식이다. 홈플러스가 고물가, 신선 식품 물가 상승에 대비해 겉은 못나도 맛은 좋은 '맛난이 농산물'을 개발·판매하는 것도 부족한 공급 물량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소 주산지와 보조 산지를 확보한 뒤 주산지 물량이 모자라면 보조 산지에서 공급하는 전략을 펼친다"며 "하지만 올여름은 여태껏 유례를 찾지 못한 폭염, 폭우가 이어져 또 다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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