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지 얼마나 됐다고”…폭우에 또 무너진 경남 산청

박하늘 기자 2025. 7.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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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완전히 막혀서 더이상 못 들어갑니다. 돌아가셔야 해요."

이번 폭우로 집이 일부 침수되는 피해를 봤지만, 부모님의 선영이 더 걱정돼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평시엔 둑방길을 따라 건널 수 있던 길이었지만, 폭우로 길이 상당 부분 소실돼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A씨는 "산 사람은 살아 있으니께 됐지만 산소가 유실되면 큰일이니께 이리 안 나왔나"라면서 "바로 코앞에 두고도 찾아뵙지를 못해 너무 서럽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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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할퀸 물폭탄] 산사태 탓 도로 무너져 출입 통제
시설하우스 형체도 없이 파손
온 가족 구조보트 타고 겨우 피신
몇달 새 재해 두번…살길 ‘막막’
20일 오후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이 전날 내린 폭우와 산사태로 파괴돼 원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연합뉴스

“길이 완전히 막혀서 더이상 못 들어갑니다. 돌아가셔야 해요.”

21일 찾은 경남 산청군. 군 내로 진입하는 도로에 흙과 나무, 전신주까지 쏟아져 있었다. 곳곳엔 흙탕물이 고여 있었고, 물이 빠진 곳엔 돌멩이와 쓰레기들이 남아 차량 통행을 방해했다. 여기뿐 아니었다. 군과 연결된 주요 국도·지방도 상당수가 산사태 여파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겨우 찾은 우회도로를 통해 신안면 청현리에 들어서자 무너진 왕복 2차선 도로 옆으로 차량과 전신주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쓰러진 전신주를 세우고 끊긴 전깃줄을 잇는 긴급 공사가 한편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딸기를 키우고 있었다던 주변 시설하우스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파손돼 아비규환을 방불케 했다.

이곳에서 43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권정현씨(75)는 “평생 이런 재난을 겪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9일 오후 2시부터 급격히 물이 불어나더니 순식간에 비닐하우스 전체가 잠기고 말았다. 아들 내외, 손자·손녀까지 다섯식구는 구조보트를 타고서 겨우 마을 밖으로 피신했다. 집 전체가 물에 잠긴 데다 수도와 전기까지 끊기면서 권씨와 식구들은 인근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권씨는 “주변 이웃들도 모두 피해가 커 마을 전체가 초상집 분위기”라고 말했다.

신등면에 거주하는 80대 할머니 A씨는 흙길에 멈춰서서 하염없이 맞은편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폭우로 집이 일부 침수되는 피해를 봤지만, 부모님의 선영이 더 걱정돼 무작정 길을 나선 것이다. 평시엔 둑방길을 따라 건널 수 있던 길이었지만, 폭우로 길이 상당 부분 소실돼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A씨는 “산 사람은 살아 있으니께 됐지만 산소가 유실되면 큰일이니께 이리 안 나왔나”라면서 “바로 코앞에 두고도 찾아뵙지를 못해 너무 서럽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의 딸기농가 권정현씨(75)가 침수로 완전히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가리키고 있다. 산청=박하늘 기자

시천면 중태마을 주민들은 지난 3월 대형 산불로 주택과 농경지가 소실되는 피해를 본 데 이어 이번 폭우 피해까지 불과 몇달 만에 두번이나 재해를 겪었다. 산사태로 주택 한채가 무너지고 일부 밭은 침수됐다. 산불로 대피소 생활을 했던 주민들은 이번엔 물난리로 또다시 인근 모텔에서 대피 생활을 시작했다.

마을 이장 손경모씨(67)는 “산불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수해까지 발생하고 옆 동네에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너무 큰 상황”이라면서 “산불을 겨우 피해간 감나무·밤나무도 침수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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