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국내여행’ 새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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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주5일근무제(주40시간근무제)는 2001년에 논의되기 시작하여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2011년에 이르러 정착됐다.
1953년 주48시간 일하는 근로기준법에서 1989년에 주44시간으로 갔다가 50여년만에 안착된 것이다.
주5일제근무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여가활동, 문화활동, 자기개발 등에 다양한 문화를 일구었다.
2025년 3월 현재 누적 완주자는 1만7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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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주5일근무제(주40시간근무제)는 2001년에 논의되기 시작하여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고, 2011년에 이르러 정착됐다. 1953년 주48시간 일하는 근로기준법에서 1989년에 주44시간으로 갔다가 50여년만에 안착된 것이다.(이재명 정부는 주4.5일제근무를 시도한다.)
주5일제근무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여가활동, 문화활동, 자기개발 등에 다양한 문화를 일구었다. 금요일 밤에 이루어졌던 회식은 목요일로 당겨졌고, 젊은 직장인들은 '도깨비 투어'를 이용해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주5일근무제가 발의될 무렵, 동료들과 함께 확장된 휴일을 활용할 여가문화를 창출해 사회에 제공하고자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보니 지자체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당시설을 갖추었다. 또한 도로도 상당수 새로 개통되었다. 게다가 동해대로, 속리산이나 미시령을 넘는 도로 등 도로 자체만으로 멋진 여행이 된다. 휴게소들은 국제적 수준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여행하면 아직도 해외여행을 떠올리는 편이다. 코로나 시기에 국내여행을 체험했던 사람들도 다시 해외여행으로 옮기고 있다. 국내여행 비용 대비 국외여행 비용이 8배쯤 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최근, "어렸을 적엔 불교사찰이나 왕릉으로 소풍 갔는데 이제는 천주교 성당으로 여행 가네요"라고 말하며 조용한 붐을 일구는 그룹이 있다. 과연, 조선시대 천주교인들은 조정에서 천주교를 금하기 때문에 전국 깊은 산속으로 찾아들어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그런데, 현대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을 연고로 다시 깊은 산속을 누비고 있다. 매우 험하고 한적한 곳에까지 예술적 건물들로 상징화시키고, 편의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사찰은 열어놓는데 왜 수도원은 개방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이제 외부인을 환영하려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 새 여행지가 나타난 것이다.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전국에 111곳 성지를 지정하고, 2011년 스탬프 핸드북 『한국천주교 성지순례』를 발간했다. 주교회의에서는 순례 완주자에게 축복장을 수여하는데, 2019년까지 4천792명이 축복장을 받았다. 이후 2019년에는 순례할 성지를 167곳으로 늘리고 개정증보판 핸드북을 펴냈다. 2025년 3월 현재 누적 완주자는 1만746명이다. 완주를 위해 지금 순례하고 있는 사람은 이 숫자의 몇 배에 달할 것이다.
한편, 전국에는 전통사찰, 수목원, 테마로 묶은 유적지, 박물관 연결 투어 등등의 '일명 도장 깨기' 국내여행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서로 특정 주제로 여행하는 중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이웃한 다른 프로젝트의 여행지를 굳이라도 들러 볼 '이유'가 있다. 그러면 전국의 생기있는 산천은 겹쳐진 주제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숨어있는 코스들도 많다. 이미 알고 있던 곳도 놀랄만큼 변했음을 보게 된다.
국내여행의 장점은 본인이 직접 계획을 짜고 짧은 시간 내에 그 적합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녀나 배우자, 가까운 지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또한 일상생활을 이어가면서 한나절이나 하루 정도의 분위기 전환용 산책으로 나설 수도 있다. 나라의 사정을 파악하는 일은 덤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다.
올해 84세인 지인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때 성지순례를 완주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자동차 편이 없는 그는 한 달에 한 번 각 교구성지를 방문하는 여행사 프로그램을 택했다. 교구당 40여만 원의 비용이 들기때문에 순례를 완주하려면 600여만 원이란 큰돈이 필요하다. 그는 해외여행 보름쯤 다녀오는 돈으로 1년 동안 기도하며 국내 곳곳을 볼 수 있지않느냐고 답한다. 이 여름은 국내여행으로 더위를 이겨봄은 어떨지?
김정숙(영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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