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달항아리-혼불 /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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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새로이 등장하여 17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권갑하 시인은 지난해 달항아리 그림 개인전을 열었다.
권갑하 시인이 책 뒤 남는 마음에서 시조는 우리말의 달항아리이자 가장 한국적인 숨결이라고 강조한 것과 연계지어 생각할 수 있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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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혼불 / 권갑하
둥근 가마 속에/ 생을 밀어 넣는다// 불꽃처럼 타오른 혼, 맑고 희게 피어난/ 깨져도 꺼지지 않는/ 영원의 빛 품었네
『마음꽃 달항아리』(2025년, 작가)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새로이 등장하여 17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유백색의 유조에 풍만한 형태와 곡선미만으로 그 아름다움을 표현한 조선 특유의 심미안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권갑하 시인은 지난해 달항아리 그림 개인전을 열었다.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넓힌 귀중한 작업의 결산이었다. 전시장을 찾아가니 그야말로 괄목상대였다. 달항아리 그림 세계는 평화로우면서 경이로웠다. 일평생 시조와 더불어 삶을 영위해온 시인의 또 다른 미학적 면모를 엿보면서 능력의 한계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인은 시조집 첫머리 「여는 마음」에서 달항아리라는 하나의 상징 아래 흔들리는 마음과 고요 속에 깃든 삶의 빛을 시로 옮긴 일흔일곱 편 시조의 여정이다, 라고 밝히면서 말없이 빛나는 존재, 비워서 더 깊어진 마음에 대한 곡진한 정을 드러내고 있다.
혼불이라는 부제가 붙은 첫 번째 작품 「달항아리」를 본다. 둥근 가마 속에 생을 밀어 넣고 있다. 전 생애를 밀어 넣은 것이다. 모든 것을 남김없이 다 바친 것이다. 그렇기에 불꽃처럼 타오른 혼은 끝내 맑고 희게 피어난다. 유백색 혼의 극치다. 마침내 깨져도 꺼지지 않는 영원의 빛을 품은 달항아리가 탄생한 것이다. 달항아리를 빚는 이가 내심 희구하는 세계는 영원의 빛이다. 빛의 영원성, 빛의 불멸, 빛의 미학, 빛의 구원이다. 달항아리가 이룬 혼불의 경지다. 문득 너희가 전에는 어둠이더니 이제는 주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 빛의 열매는 모든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에 있느니라, 라는 신약성서 에베소서 5장 8〜9절이 떠오른다. 생뚱맞은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달항아리」 연작시조를 읽는 중에 그 모습에서 착함과 의로움과 진실함이 자연스레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해설 「불꽃처럼 타오르는 영원의 흰 빛」 끝머리에서 이로써 한국 시조는 융합 예술의 한 격조와 경지를 얻게 되었다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권갑하 시인이 책 뒤 「남는 마음」에서 시조는 우리말의 달항아리이자 가장 한국적인 숨결이라고 강조한 것과 연계지어 생각할 수 있는 평가다.
2024년 달항아리 개인전이 다시 시로 번져 이번 시조집을 펴내게 되었으니, 글과 그림이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우리 것에 대한 이러한 간절함이 예술혼을 꽃피우게 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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