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전시작전권과 자주국방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작전통제권이란 군 작전을 지휘 통솔할 권한이다. 평시와 전시 작전권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평시작전권만 보유했다. 전시작전권은 한미연합사령관, 즉 미군이 가지고 있다. 6·25 전쟁 때 미군에 넘어간 이래 현상 유지 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미국과 협상을 통해 2012년에 전작권을 가져오기로 했지만 이후 몇차례 조정을 통해 연기돼 왔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실전에서 그 권한을 이행할 능력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내외부적 평가 때문이었다. 관건은 자주국방 역량이란 얘기다.
![한미연합 전투지휘훈련 (서울=연합뉴스) 제17보병사단이 2025년 FS/TIGER의 일환으로 인천 일대 및 경기 파주 무건리훈련장에서 '한미연합 전투지휘훈련'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진은 공중기동훈련에 참가한 17사단 장병들이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소속 치누크(CH-47)에 탑승하고 있는 모습. 2025.3.19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yonhap/20250722063446347bvdq.jpg)
전작권 전환 문제가 다시 정국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안규백 국방 장관 후보자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부 임기 안에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면서다. 대통령실은 '개인 의견'이라며 시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작권 환수 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고, 시한을 못 박진 않았으나 공약이란 원칙적으로 임기 내 달성이 목표이므로 유권자들이 퇴임 전 이행으로 이해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자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전작권 논의에 가세했다. 그는 심포지엄을 주최한 자리에서 전작권에 대해 "한국군 작전지휘 능력이 다소 미흡해도 빨리 찾아와서 자주국방 역량과 우리 군의 주인의식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가 보수우파 진영에서 손꼽히는 안보 전문가란 점에서 이 발언은 주목받았다. 대체로 우파는 전작권 환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서다. 천 전 수석은 영국대사와 외교부 제2차관을 지낸 정통 외교관인 데다 6자 회담 수석대표로 북핵 협상도 이끈 거물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주장한 건 자주국방 역량을 최우선 순위에 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보수우파 성향 국민이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일 혈맹과 동맹이 훼손되고 자칫 미군 철수로 이어지는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보인다. 하지만 어차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사항이고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전략 차원에서 아시아 전력 재배치를 추진 중인 점을 고려하면 전작권 전환은 결국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루는 게 능사가 아니니 끌려가기보단 선제적 추진으로 최대 이익을 도모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학술적으로 원래 자주국방은 '보수의 어젠다'이다. 일부에서 걱정하는 한미연합군사령부 해체도 이미 양국이 안 하기로 합의한 일이니 기우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미군 몫이었던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게 되는 변화가 가장 크다. 그러나 전작권 자체는 이미 제한된 권한이므로 우리가 전작권을 가져와도 당장 전시 방위 역량이 훼손된다고는 볼 수 없다. 연합사령관은 양국 대통령 지시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군사위원회의(MCM)를 통해 받아 지정된 부대만 지휘할 수 있다. 즉 전작권은 원래 양국 원수가 공동 행사하므로 지금 전쟁이 나도 우리 동의 없이 미국 마음대로 행사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이 국적을 바꿔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주한 미군 축소 가능성은 없지 않겠지만 인계철선(tripwire) 역할은 그대로다.
따라서 전작권을 한미 양국 기합의대로 당장 가져와도 만일의 사태 시 실질적 변화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한반도 주인인 우리가 연합사령관 직함을 가져옴으로써 주권을 강조한다는 상징적·정치적인 의미가 가장 큰 성과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자주국방 역량이 상승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란 견해에 동의한다. 공동체의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국방이다. 내 가족과 마을을 지킬 힘도 없어서 살인, 약탈, 강간 등 외부 폭력에 취약해진다면 경제, 복지, 인권, 약자 보호 등의 가치는 사치스러운 일이 된다.
![한미 연합상륙훈련(CG) [연합뉴스TV 제공. 재배포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yonhap/20250722063446800qaac.jpg)
권한엔 책임이 따른다. 전작권을 가져오면 우리 군의 책임이 커지고 돈 쓸 곳도 당연히 많아진다. 억제력 확보를 위해 정보 역량과 첨단무기 운용 역량 등을 급속도로 키워야 하는 만큼 자주국방 예산 증액도 국가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정식이든 추경이든 제한된 나라 살림에서 선심성 예산 등 불요불급한 항목은 자연스레 배제되고 불필요한 논란 없이 국방 예산에 더 많은 돈이 우선 책정될 수 있다. 월남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우리 군의 전투력 배양과 사기 진작, 책임감 제고에도 전작권 보유는 약이 될 것이다. 우리 군은 세계 최강 미군과 연합사령부를 구축한 덕도 봤지만, 자립심과 주인의식을 잃은 측면도 있다. 영원히 미군에 의존할 순 없다. 무엇보다 전작권 전환은 언제부턴가 '관료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우리 장성과 간부들에게 첨단무기 및 전술 지휘 능력을 갖추고자 시간을 들여 공부할 기회가 되고, 국회에 불려 가서도 옳은 일이라면 굽히지 않는 군인다움을 되찾는 전기가 될 수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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