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명확한 룰과 리더의 솔선수범[김한솔의 경영전략]

리더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인류가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집단을 이끌어 갈 누군가는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지금 시대에도 리더는 있다. 그것도 경제활동을 하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말이다. ‘회사 보고 들어와서 상사 보고 떠난다’라는 말이 있듯 리더는 참 중요한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 리더는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 나와 생각하는 방식도 원하는 것도 다른 구성원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 ‘요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제대로 된 ‘룰’ 만들기
직장인들 간에 논란이 됐던 질문에서 그 힌트를 얻어보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근 시간이 9시인 회사에 9시 정각 출근이 옳은 행동일까, 잘못된 행동일까’에 대한 토론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출근 시간 맞춰 회사에 도착한 게 뭐가 문제일까 싶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9시 딱 맞춰 출근을 하면 9시부터 해야 할 업무는 못하는 것 아니냐고. 출근은 회사에 ‘도착’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걸 의미하는 걸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계약서에 9시 출근이라고 돼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직원의 주장에 ‘역시 요즘 젊은 직원들은 자기밖에 몰라’라고 판단하지 말자. 9시에 업무를 시작해야 하기에 정시 도착은 문제라는 리더의 지적에 ‘리더들은 왜 저렇게 꼰대 같을까’라고 무시하지도 말자. 이 두 존재의 말은 다 맞으니까. 리더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닌 상반된 입장의 갈등을 풀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주장은 어쩌면 좀 싱거워 보이는 결론으로 해결됐다. 계약을 ‘출근 시간’이 아닌 ‘업무 시작 시간’으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 덕분이었다. ‘회사에서의 모든 일은 업무’라며 ‘계약에 없는 조기 출근은 부당하다’고 강하게 맞서던 직원들이 오케이를 말한 것. 계약 내용에 기반해 판단하는 직원들이기에 극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이 에피소드는 요즘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중요한 포인트를 알려준다. ‘나’의 생각, ‘나’의 삶을 중요시 여기는 듯 보이는 구성원들과 함께 하려면 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룰은 늘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맞다. 여기서의 핵심은 ‘요즘 시대’에 필요한 ‘제대로 된 룰’ 만들기다.
포인트는 3가지다. 1번은 ‘구체성’이다. 어느 조직이나 룰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출퇴근 사례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 생긴다. 단어의 의미든 해야 할 행동이든 다르게 해석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밝힌 룰이 제대로 된 룰이다.
예를 들어 ‘상호 존중하기’는 멋지고 필요한 룰로 보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해석이 가능하다.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존중해야 하니 입을 다무는 게 맞는 건지, 서로의 다른 생각을 조율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게 존중이니 반대되는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리지 않을까. 어떤 룰이 맞고 틀리고는 없다. 모두가 ‘같은 판단’을 할 수 있게 해 주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생각하자.
제대로 된 룰의 두 번째 포인트는 ‘참여’다. 리더 혼자 고민해 만들어서 공표하는 건 ‘지시 사항’일 뿐이다. 앞선 예시에서 대화 과정 없이 ‘출근 시간이 아닌 업무 시작 시간으로 바꾸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윗사람들 원하는 대로 했다는 또 다른 반발이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룰은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야 한다. 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정은 리더의 몫이다. 우리 조직의 성과를 잘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방향으로 결정은 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무엇이고 이들이 어떤 부분에서 불편을 느끼는지 등은 충분히 듣는 게 중요하다. 이게 요즘 시대에 필요한 ‘과정’에서의 공정함이다.
마지막 3번은 ‘지속 관리’다. 한 번 정한 룰이 ‘경전’일 필요는 없다. 조직 문화가 바뀌거나 시대 흐름에 따라 룰도 바뀔 수 있다. 앞에 예로 든 ‘상호 존중’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 조직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변화하는 세상에 빨리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솔직하게 피드백하기’가 맞을 수 있다. 그런데 서로 간에 오해가 쌓여 표현하는 단어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관계라면 ‘일단 긍정하기’가 존중에 필요한 행동일 수도 있다. 구성원들과 함께 우리 조직의 현황에 맞는 룰로 계속 변형시켜 가는 게 중요하다.
◆룰에 대한 리더의 책임과 의무
구성원들의 ‘참여’를 통해 ‘구체적’인 룰을 만들고 변화에 발맞춰 룰을 ‘관리’하는 것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리더다. 요즘 시대에 필요한 리더는 룰에 ‘진심’이어야 한다. 이를 가장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것도 룰을 기반으로 조직을 관리해 어기는 사람에게 페널티를 주거나 잘 지키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자 의무다.
당연한 것 아니냐고?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리더도 사람이다. 무 자르듯 룰만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가장 무너지기 쉬운 게 ‘자신’에 대한 잣대다. 나는 해야 할 게 많으니까, 난 리더로서 조율을 해 줘야 하니까, 난 관리자니까 등의 ‘핑계’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룰은 룰인데…’라며 스스로 한두 번의 예외를 만들게 된다. 이걸 보는 구성원들은 ‘리더도 안 지키는데 뭘…’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럼 기껏 ‘잘’ 만든 룰이 휴지 조각이 된다.
이를 막으려면 리더로서 보여지는 행동을 ‘룰’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티’를 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발언을 할 때 ‘우리가 이런 룰을 갖고 있어서 하는 얘기인데’라고 설명을 하거나 업무 지시를 할 때도 ‘함께 정한 룰에 따라서 생각해 봤을 때’ 등을 말하는 식이다. 너무 작위적인 것 아니냐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모든 일에 그걸 언급하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리더가 이를 솔선해서 지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룰’을 만들었다면 리더나 구성원이 조직에서 하는 행동들은 대부분 그 룰의 해석 범위 안에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룰에 기반한 행동이 반복될 때 ‘리더도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 나도 지켜야…’라는 긍정적 방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야신으로 불리며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야구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이런 말을 했다. “아직도 야구를 공부할 수밖에 없어요. 10년 전, 5년 전, 3년 전과 다르니까요. 새로운 흐름을 찾아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죠.”
빠르게 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나와 너무도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일해야 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도 공부다. 구성원들이 어떤 상황에서 힘들어 하는지 알려는 노력, 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마음, 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룰을 찾으려는 시도 등 이런 공부가 모여 요즘 시대에 필요한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조직갈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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