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손 놓은 사이…美 관세협상 ‘실속’ 챙기는 캐나다·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 고율관세 부과 강행을 시사하면서 주요국 각국의 미국과 협상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이 관세협상 진행에 대해 비교적 잠잠한 것과는 대비된다.
각국이 전략적 이익과 경제·안보를 연계한 협상 레버리지를 활용해 미국과 협상에 임하는 만큼, 한국도 이를 참고해 최상의 협상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공개한 ‘주요 국가별 협상 레버리지’ 보고서에서 이 같은 주요국의 대미 관세협상 전략을 소개했다. 주요국들은 1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발 관세 쇼크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으로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는 양국 경제 의존도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미국과 협상을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인접한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동시에 제2의 교역국으로 양국경제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2024년 미국의 대(對)캐나다 수출액은 3479억달러로,전체 무역 규모는7624억 달러에 달한다. 무역협회는 특히 캐나다가 자동차, 농업분야 등에서 양국 공급망이 깊이 얽혀 있어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 미국 기업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지렛대로 삼고있다고 분석했다.
캐나다는 지난 6월 G7 장관 실무급 실무회담에서 미국과 국경안보, 총기, 마약밀수차단, 핵심광물 공급망, 방산협력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과 안보 협력을 제시했다.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논의를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을 완화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안보와 경제를 함께 고려하라는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 ‘비례적 대응 원칙’을 강조하며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베른트랑게 EU 통상위원회위원장은 트럼프의 관세통보를진행중인 협상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정했다. 자동차, 농산물, 위스키 등의 분야에서 210억 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 리스트를 마련했던 EU는 최근 항공기, 의료기기, 기타 농산물 등 분야를 추가한 720억 유로 규모의 2차 리스트를 발표했다. 무역협회는 미국 수출 기업의 이해 관계를 자극해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역내 일부 국가들은 미국산 무기 구매를 축소하고, 유럽산 무기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미국을 향한 지렛대를 세우고 있다는게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한국과 지정학적 위치나 산업이 비슷해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가장 참고해야할 국가의 사례로 꼽히는 일본은 미국에 대한 경제 기여도와 안보 동맹을 강조하고 국제 여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중국의 견제에 긴밀히 협력하는 동맹국을 가까이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특히 언론 및 국제 경제 포럼 등을 통해 동맹국에 대한 관세 조치는 과하다는 논평이 나오도록 유도하며, 이를 미국내 자유무역 옹호 세력의 목소리와 맞물리게 하는 ‘소프트 파워 레버리지’로 대응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일본은)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평판을 의식하는 상황에서 일정한 압박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는 이민 및 안보 협력 중단을 시사하는 등 강경한 태도로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이 부당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남부 국경에서의 합동 작전 중단, 제3국 망명 협정을 재검토 하는 등 일방적 협조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마약 카르텔 대응에서도 협력을 연계하여 관세를 철회 할 경우 마약 및 이민분야에서 최대한 협조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협력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멕시코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남미산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 중서부 농민 층의 반발을 유도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무역협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인도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부각하고 중국의 대안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과 빠른 경제 성장률을 지렛대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상호이익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항공기, 방산 등 향후 수입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에서 미국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경제적 기회를 부각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다양한 협상 전략에도 미국은 고율 관세 유지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을 위해 연기한 새로운 상호관세 부과 시한인 8월 1일 이후에 기본관세 10%가 유지되며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은 이보다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된다고 밝혔다.
한국은 당분간 김 장관이 통상 이슈에 주력하면서 협상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장관은 세종 산업부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 방문 일정에 대해 “아직 조율중”이라며 “내일 정도면 (일정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내에서 큰 우려가 제기되는 점을 깊이 유념하고 있다”면서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하면서도, 전반적 국익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어 “업계가 당면한 불확실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며 “기존 지원 대책을 포함, 업계 의견을 수렴해 실효적인 국내 대책 마련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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