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진학 로드맵' 짜준다는 예능... 불안감·박탈감만 커진다는 시청자

남보라 2025. 7.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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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 엄마들의 치밀한 교육 로드맵.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특급 교육 정보들이 '일타맘'에서 공개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케이블TV 채널 tvN스토리와 더라이프에서 방송 중인 교육 예능 '일타맘'의 프로그램 소개 문구다.

다만 tvN 관계자는 "'일타맘'은 사교육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라며 "남은 방송분에서는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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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교육 예능 '일타맘' 논란
'교육 정보 제공' 취지지만
'상위 1%' 강조, 사교육 조장
'티처스'도 일타강사가 '해결사'
시민단체 "방송 중단" 요구
tvN스토리와 더라이프에서 방송 중인 교육 예능 프로그램 '일타맘'의 MC 백지영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tvN 캡처

‘상위 1% 엄마들의 치밀한 교육 로드맵. 어디서도 듣지 못하는 특급 교육 정보들이 ‘일타맘’에서 공개된다.’

지난달 26일부터 케이블TV 채널 tvN스토리와 더라이프에서 방송 중인 교육 예능 ‘일타맘’의 프로그램 소개 문구다. 불확실한 정보 홍수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부모들에게 자녀 명문대 진학을 위한 고급 알짜 정보만 콕 집어주겠다는 게 프로그램 취지다. 하지만 방송이 나간 후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대한 환상을 심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 목소리와 함께 일각에선 방영 중단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입시 컨설턴트·일타강사가 '만능 해결사'?

자녀들이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입학한 양소영 변호사는 '일타맘'에서 다른 부모들에게 자녀 학습 및 양육 노하우를 공유한다. tvN 캡처

‘일타맘’은 여느 솔루션 예능 프로그램과 유사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녀 학습에 고민이 있는 부모가 스튜디오에 나와 패널들과 함께 자녀의 일상을 관찰한다. 패널은 자신의 자녀를 명문대나 의대, 해외 명문대 등에 보낸 엄마 네 명과 17년 차 입시 컨설턴트 한 명이다. 엄마들은 자녀를 ‘상위 1%’로 키운 비결을 공유하고, ‘입시 성공 신화’로 불리는 입시 컨설턴트는 사교육을 포함한 학습 전반에 대한 조언을 해 준다. 방송에서는 불필요한 사교육은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도 일부 언급되지만, 결국 아이 학습에 대한 최종 해법을 제시하는 인물은 사교육 종사자인 입시 컨설턴트다. 이 때문에 방송을 보고 불안감과 박탈감이 커졌다는 시청자 반응이 많다.

2023년부터 방송 중인 채널A의 교육 예능 '성적을 부탁해:티처스’도 일타강사 두 명이 학생들의 학습 고민을 해결해 주는 유사한 형식이다. 이처럼 사교육 종사자가 교육 문제 '해결사'로 등장하는 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1개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일타맘’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이런 콘텐츠들의 공통적 문제점은 학생들이 직면한 학습 문제 해결을 위해 ‘사교육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수’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특히 예능으로 제작되면 사교육 관계자의 조언이 극적으로 부각돼 효과가 과장되고 그들을 대중적 스타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A의 교육 예능 '성적을 부탁해: 티처스'에서 수학 강사 정승제가 학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채널A 캡처

이들 단체는 ‘일타맘’이 방송심의 규정 제28조(사교육을 조장해 사회 건전성 위협)를 위반했다고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는 한편, tvN에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tvN은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tvN 관계자는 “'일타맘'은 사교육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라며 "남은 방송분에서는 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내용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51개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15일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일타맘' 방송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상위 1%' 아닌 공동체 생각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 예능의 등장이 한국 사회의 과열된 사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본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교육이 바로 서길 바라면서도 사교육을 통한 자녀 입시 성공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이중적인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이 제작되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교육 체계가 잘 갖춰진 유럽에도 사교육은 존재하지만 문화 콘텐츠가 사교육을 상업적 소재로 다루지는 않는다”며 "전파라는 공공재를 활용하는 만큼 공동체에 유익하고 바람직한 교육 콘텐츠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정보 전달이라는 프로그램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세심한 구성이 요구된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입시 컨설턴트는 다양한 입시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지 학생 상태를 개선해 주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패널 구성에 심리학자나 학교 교사 등을 포함하고, 경제력이 높은 소수 학부모가 아닌 돈, 시간, 정보가 부족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유익한 프그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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