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폰에 글 못 읽는 노인도... '동시다발' 재난 문자 안 통했다

권정현 2025. 7. 2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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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모고리에 사는 노을순(88)씨는 지난 19일 산사태가 나 마을을 뒤덮었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산청군을 덮친 산사태로 14명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긴급재난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 관련 재난안전 문자 메시지는 인명 피해가 난 이후인 낮 12시 50분에야 발송됐고, 전 군민 대피령은 오후 1시 50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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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실종 14명 가운데 60대 이상 12명
대부분 주민 "이장 인솔 따라 대피했다"
"재난 문자 중심 대피 안내 한계" 비판
21일 경남 산청군 모고리의 한 주택 앞에 흙과 모래 등이 쌓여있다. 산청=권정현 기자
저 한글을 못 읽는데... 문자가 뭐라고 왔나요?
경남 산청군 모고리 주민 노을순(88)씨

경남 산청군 모고리에 사는 노을순(88)씨는 지난 19일 산사태가 나 마을을 뒤덮었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장이 집을 찾고 나서야 허둥지둥 집을 빠져나왔다. 긴급재난문자(CBS)를 받지 못하는 구형 3세대(3G) 피처폰을 쓰는 탓이다. 하지만 그가 안내를 받았더라도 글을 읽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기는 어려웠을 터. 노씨는 "같이 사는 남편은 백 살이 넘었다. 둘 다 영문도 모른 채 급하게 몸만 빠져나왔다"며 "대피소에서 이틀 자고 마을을 다시 찾았는데 완전히 쑥대밭"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산청군을 덮친 산사태로 14명 인명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긴급재난문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청군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3만3,514명)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42%(1만4,028명)를 차지할 만큼 고령층이 많다. 이번에 사망하거나 실종된 14명 가운데서도 60대 이상이 12명(사망 60대 2명·70대 6명, 실종 60대 1명·70대 1명·80대 2명)이나 됐다. 하지만 노씨와 같은 이들을 배려한 맞춤형 재난 정보 전달 체계는 없었다.

한 명의 실종자가 나온 산청읍 모고리에 사는 임덕조(83)씨는 "마을에 휴대폰이 아예 없는 어르신도 많아, 이장이 집마다 돌아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다"고 말했다. 김외선(71)씨도 "문자와 알림이 계속 오긴 했는데, 하도 많이 오니까 뭐라고 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기가 어려워 애먹었다"고 털어놨다.

대부분 주민은 이장이 이끄는 대로 대피했다고 했지만, 이런 안내조차 닿지 않는 곳도 있었다. 인명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은 주택이 산 중턱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 "재난 시 정부보다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경남 산청군 외정마을에 이어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흙과 모래 등이 쏟아진 집터에서 21일 주민 강재봉씨가 땀을 닦고 있다. 산청=박시몬 기자

산림청과 지자체가 산사태 경보를 제각각 하는 것도 혼선을 더한다. 산림청은 18일부터 산청 지역 읍·면 단위로 산사태 예비 경보를 했지만, 산청군은 19일 낮 12시 37분이 돼서야 '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관련 재난안전 문자 메시지는 인명 피해가 난 이후인 낮 12시 50분에야 발송됐고, 전 군민 대피령은 오후 1시 50분에 나왔다.

정종수 숭실대 안전재난관리학과 교수는 "극한 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보다 잘 아는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며 "농촌·산촌 등 고령층이 많은 지역은 문자 알림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유럽처럼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는 라디오 구비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산청=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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