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수순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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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천개의 고원'에서 아장스망(agencement)이란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아장스망은 단순히 사물들의 집합이 아니라 그 사물들이 서로 얽히고 조합돼 잠정적이고도 창발적인 기능을 만들어내는 배치를 뜻한다.
보통 집 안의 가구 배치 등을 예시로 드는데, 어쩌면 바둑에서의 '수순'이 가장 직관적으로 그 개념을 이해할 예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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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예선 결승 <4>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천개의 고원'에서 아장스망(agencement)이란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 아장스망은 단순히 사물들의 집합이 아니라 그 사물들이 서로 얽히고 조합돼 잠정적이고도 창발적인 기능을 만들어내는 배치를 뜻한다. 보통 집 안의 가구 배치 등을 예시로 드는데, 어쩌면 바둑에서의 '수순'이 가장 직관적으로 그 개념을 이해할 예시일지도 모른다. 바둑에서는 특정 좌표에 이미 돌이 놓였다 해도 과거 진행과 어떤 연관이 있었는지에 따라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이후 진행에 따라 결정적인 돌파구가 될 수도, 의미 없는 장식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수순을 먼저 결행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사물의 본질이 고정돼 있지 않고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역할로 재조합된다는 점에서 아장스망과 수순의 의미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미세하나마 백이 약간 우세한 상황. 금지우 5단은 흑1, 3으로 대마를 압박하며 하변 실리를 챙긴다. 이때 최정 9단이 선택한 백4가 악수 팻감. 7도 백1로 한 칸 뛰어 대마를 살린 후 백9로 젖혀가는 것이 집으로 이득인 수법이었다. 반대로 실전 흑13의 패 따냄은 굳이 둘 필요 없는 악수. 두 대국자 모두 패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순의 미로에 갇혔다. 백22의 패 따냄 역시 마찬가지. 8도 백1, 3으로 중앙을 확실하게 부순 후 백5에 두는 편이 최선이었던 장면. 실전 흑25 역시 마찬가지의 실수로, 서로 패를 따내는 족족 인공지능 승률그래프는 하락하는 진귀한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흑이 흑39로 패에 한 번 더 투자하며 둘 중 누가 더 정밀한 팻감을 사용하느냐가 승부처로 떠올랐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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