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두달여 앞두고 '축구장 4만개' 농산물 잠겨…"생활물가 잡아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생활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지표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로 생활물가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16일부터 이어진 기록적 집중 호우 등 여름철 기상 악화도 생활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구 부총리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수해 등의 상황에 따라 물가, 특히 생활물가를 진짜 안정시켜야 한다"며 "국민들이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2% 오르며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2%)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생활물가는 같은 기간 2.5% 상승했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본격화 한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생활물가의 누적 상승률은 19.1%에 이른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15.9%)보다 높다.
특히 생활물가 가운데 식품 가격 오름세가 가파르다. 지난 6월 기준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세부 품목별로 △마늘(24.9%) △호박(19.9%) △오이(19.1%) △고등어(16.1%) △커피(12.4%) △김(10.4%) △주스(10.1%) △바나나(8.6%) △햄 및 베이컨(8.1%) △탄산음료(8.0%) △빵(6.4%)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먹거리 가격이 큰폭으로 올랐다.

생활물가를 끌어올린 주원인인 농축수산물 가격이 여름철 기상 여건 등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괴물 비'는 역대급 수준의 피해를 안겼다. 경남 산청의 경우 닷새만에 지난해 연간 강수량의 절반 이상의 비가 쏟아부었다. 보통 수해 뒤에는 병충해 등 2차 피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농작물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전날까지 파악된 농작물 침수 피해 면적은 2만8491㏊(헥타르·1㏊=1만㎡)다. 축구장(0.714㏊) 약 4만개 규모다.
침수 피해 작물은 벼(2만5065㏊)와 논콩(2050㏊)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한다. △멜론(140㏊) △수박(133㏊) △딸기(110㏊) △쪽파(96㏊) △대파(83㏊) 등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닭(142만9000마리) △오리(13만9000마리) △돼지(855마리) △젖소(149마리) △한우(529마리)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 농작물 대부분은 이미 이른 폭염에 가격이 올랐던 품목들이어서 향후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수박이 대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박 한 통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3만1374원으로 전년(2만4841원) 대비 26.3% 높은 수준이다. 평년(직전 5개년 중 최고·최저 제외 평균) 가격(2만3175원)보단 35.4% 비싼 수준이다.
정부 역시 이번 폭우로 전체 재배면적의 1.2%, 7.8%가 피해를 입은 수박과 멜론이 당분간 높은 가격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침수 피해에 더해 제철 과일 수요 등이 겹쳐서다.
올해처럼 집중호우 피해가 컸던 2023년에도 비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작용했다. 당시 6~7월 폭우로 농축산물 등 가격이 치솟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월(2.3%) 대비 1.1%p(포인트) 급등했다.
정부는 품목별 피해 양상 등을 파악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단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방자치체, 농협, 자조금단체 등을 통해 침수 피해 시설하우스 등에 신속한 퇴수 조치, 침수 부위 세척 및 방제 약제 살포 등을 지시했다.
가격이 상승한 품목은 할인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예정이다. 또 가축전염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농장 주변 오염 물질 제거, 사육시설 세척 및 건조, 소독 등 사양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활물가가 고공행진 한다면 새정부 출범 기대감 등으로 열리던 지갑이 다시 닫힐 가능성도 있다.
새정부 들어 180도 달라진 정부 재정기조가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이날부터 신청을 받기 시작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다.
취임 첫 현장행보로 공주 산성시장을 방문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전반적으로 수요가 떨어져 오히려 재고가 쌓인 상황이지만 특정 품목에 대해 (소비쿠폰) 수요가 몰리면 (물가상승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특정품목이 소비쿠폰으로 인해 과다하게 (수요가) 올라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잘 하고, 그런 품목에 대해선 출하량을 늘리는 등 가능하면 스무드한 관리가 되도록 관리하겠다"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정부의 단기처방식 물가관리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 안정과 유류세·전기세 인하 등 원가 부담을 낮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특히 미국과 관세협상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농산물 수입 확대가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6월 물가설명회 당시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생활비 수준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물가 수준을 구조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선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단 주장이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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