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쿵… 영끌로 산 아파트가 ‘층간 소음 지옥’이 됐다
하우스 푸어·코인 등 세태 반영
실감 나는 소리… 감독 경험 담겨
‘쿵쿵쿵쿵… 쿵쿵쿵쿵.’
영화 ‘84제곱미터’ 주인공 ‘우성’의 집에는 이런 층간 소음이 밤낮없이 울린다. 영화를 만든 김태준 감독에 따르면 층간 소음을 느끼는 사람에겐 귀가 아닌 심장을 내려치는 괴로운 소리. 감독이 겪은 층간 소음을 떠올리며 실제 발소리로 만들었다고 한다. 18일 넷플릭스에 영화가 공개되자 ‘사실적 소음 때문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온다’는 평까지 나왔다. 골이 깊은 층간 소음 갈등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도 화제다.

◇하우스푸어, 코인 폐인 모습 보여줘
층간 소음의 원인은 윗집, 아랫집, 부실한 아파트 시공 중 무엇일까. ‘84제곱미터’는 소음 진원을 밝히는 과정이 스릴러로 변해 가며 긴장감을 더하지만, 블랙 코미디 같은 측면이 더 돋보이는 영화다. 21일 만난 김태준 감독은 “층간 소음은 복합적인 문제이기에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대신 영화는 한국의 이른바 ‘영끌족’ ‘하우스푸어’ 청년이 사회에서 완패하는 과정과 절망감을 보여준다.
소탈한 인상의 배우 강하늘이 ‘서울 아파트’ 마련에 나섰다가 부채와 층간 소음이라는 ‘이중 감옥’에 갇혀버린 주인공 ‘우성’을 연기한다. 그는 오를 대로 오른 10억원 넘는 아파트를 뒤늦게 ‘영끌’로 구입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지만 원리금을 갚느라 퇴근 후 음식 배달을 하고 전기세 부담에 에어컨도 틀지 못한다. 그런 그를 엄습한 것이 층간 소음이다. 귀마개를 끼고 버티지만 아랫집이 그를 층간 소음 주범으로 의심해 괴롭힌다.
‘코인 투자 광풍’이 그를 한번 더 덮친다. 아파트를 팔겠다고 내놓고 받은 계약금을 일단 코인에 넣어 불린 뒤 빚부터 청산해 보려 하지만 무산된 것이다. 아파트마저 날릴 위기에 처한다. 모든 것에서 패배한 절망이 84제곱미터 아파트 안에 쪼그라든 우성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소음이 비극 원인의 전부 아니야
일상적 소재에 극적 사건을 더하다 보니 중반 이후부터 다소 황당한 설정도 보인다. 층간 소음의 진원을 추적한 끝에 우성은 일부러 층간 소음을 만든 주범과, 우성의 아파트를 싼값에 차지하려 한 악인을 맞닥트린다. 이들과 피비린내 나는 혈투를 벌이고 우성은 가까스로 아파트를 되찾는다. 김 감독은 “하지만 이미 우성에게 아파트는 꿈꿔온 보금자리가 아닌 끔찍한 콘크리트 덩어리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성은 서울에서 벌인 혈투 후 모친을 따라 고향 남해로 내려온다. 작은 방에 몸을 누인 그가 한밤중 차를 끌고 자기 아파트로 돌아간다. 김 감독은 “그런 일을 겪고도 우성은 내 아파트 잘 있는지 확인하러 돌아가 등기부 등본까지 확인한다”며 “살기 좋은 남해를 두고도 다시 간다. 서울에 집을 갖는 게 언제부터 목표가 됐을까. 사실 모두 우성 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지 않느냐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층간 소음 주범이 사라진 아파트에서 우성은 평화를 얻을까. 영화의 답은 ‘아니요’다. 빽빽한 아파트촌. 그 수많은 가구 중 하나에 갇혀 허탈한 웃음을 짓는 우성이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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