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사태' 김재규 재심 개시, 위헌성 밝혀야"
유신체제 국가폭력 재조명
"민주사회 성숙할 계기 기대"

최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 공판이 개시되자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들이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재판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부와 유족, 변호인은 군사재판의 위헌성, 수사 과정의 폭력성, 내란 목적 여부 등 주요 쟁점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들은 "부마민주항쟁 관련 단체들은 재심 결정과 공판 개시를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중요한 계기로 받아들이며, 신중하고도 엄숙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며 운을 뗐다.
이어 "김재규는 지난 1979년 10월 26일, 유신체제의 총수 박정희를 저격했고 이는 유신 독재의 종말을 가져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유신체제는 삼권 장악을 통해 일인 종신 집권을 꾀한 상시적인 내란 체제였다 할 수 있다"며 "김재규의 결단은 박정희 유신체제의 붕괴를 앞당겼으며, 이는 10월 16∼20일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났던 부마민주항쟁의 정신과 궤를 같이하는 면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재규 또한 오랫동안 유신체제를 유지·강화하는 데 관여한 핵심 권력자 중 한 명이었다. 중앙정보부장으로서 그는 유신체제 아래서 이뤄진 인권 침해와 권력 남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희를 저격함으로써 유신 독재를 종식한 사실은 분명하며, 그 과정에서 많은 고뇌와 갈등을 겪었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10·26 사건 이후 집권을 노리던 전두환 신군부는 계엄령을 확대하면서 박정희 국장을 성대히 치르는 한편, 김재규와 관련 5인에 대해서는 비상군법회의에서 '내란 목적 살인죄'를 씌워 사형을 언도하고 즉시 처형했다"며 "신군부는 역사적 국면의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된 절차와 충분한 규명 없이 군사재판을 통해 속전속결 처리해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사형 집행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게 하려 했다. 김재규와 관련 5인이 정당한 사법 절차 없이 정치적 재판에 희생됐다면, 반드시 그 재판의 위헌성과 관련된 모든 것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재규와 관련 5인의 재심이 단지 개인의 명예 회복에 그치지 않고, 유신체제가 만들어낸 국가 폭력의 본질을 재조명하고,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고통받은 수많은 민중의 역사와 고통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더불어 이번 재심 과정이,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의 본령을 되새기며 오늘의 민주사회가 더욱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성찰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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