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나를 다듬는 그릇… 넉넉한 형식이 매력적

하영란 기자 2025. 7. 2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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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 김연동 시조시인

시조 보법 어기는 것 현대화 착각
우리 민족 존재하는 한 시조 존재
민족시 활성화 노력·지원 해야
세계문학 기여하는 날 곧 올 것
김연동 시조시인

우리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문화 중에서 문학, 문학 중에서 시조는 오랜 전통을 가진 분야다. 많은 시조시인들이 시조의 전통을 계승하고 창조하며 시조를 쓰고 있다. 시조를 완전히 현대풍으로 쉽고 재미있게 쓰는 분들이 있고, 전통을 살려 어느 정도의 변화만을 시도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을 것이고 자신만의 예술적 정체성과 방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조는 형식이 중요하고, 그 형식을 통해서 절제미가 동반되는 예술이라 시조의 변화를 꾀하는 데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연동 시인의 시조집 「그런 날 그런 꿈」을 읽어나가면서 순전히 시조 작품을 통해서 느껴지는 시인의 모습을 상상했다. 노시인은 비취색 두루마기가 참 잘 어울릴 것 같다.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목소리와 시조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강하고 깊다, 시조는 김연동 시인에게는 숭고미의 영역에 속한다. '당신은 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가늠해 봤다.

"범국가 차원에서 민족시의 활성화에 대한 노력과 지원을 해야 한다.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전통문학의 발전에 애쓴다면 우리 시조가 세계문학에 기여하는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김연동 시인의 말이다. 지난 10일 저녁 창원에서 김 시인과 시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터뷰를 제안했다. 서면으로 질문지를 보내고 답변을 받았다.

당신은 별
 -시조

어쩌다 스친 바람, 불씨 하나 지펴놓고

가는 길 희망처럼 띄워놓은 애드벌룬

당신은 멀고 먼 하늘 발광(發光)하는 별입니다

▶작품이 먼저인가? 사람이(정신) 먼저인가?

정신이 먼저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좋은 건축물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오래 갈 수 없는 이치와 다르지 않겠지요.

▶선생님에게 시조는 '이상을 실현하는 도'입니까?

'시조는 나를 다듬는 그릇'입니다. 시조의 정형은 구속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수련하는 그릇이라는 생각했습니다(3번째 시조집 『점묘하듯, 상감하듯』의 서문에서 언급). 정형이라는 형식이 처음엔 부담스러웠지만 그 형식이 체화되면서부터 전혀 거추장스럽다거나 이미지를 전개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어의 조탁을 위한 존재로 수용됐고, 언어의 절제를 통한 함축적 이미지를 구사하는 그릇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이를 도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은 한참 높은 경지에 올라야만 가능하겠지요.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선생님의 작품 속에 고고한 선비정신이 흐르고 있다. 마음을 어떻게 연마하시는가?

글쎄요? 선비정신이 흐른다고 하심은 거창한 말이라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부담스런 표현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작품을 이해해 주신다니 고맙기는 합니다만, 그러한 지향점을 가지고 공부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제 작품의 주조는 나라를 가운데 두고, 우리의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그 가운데 떠있는 작은 배와 같은 우리나라 혹은 민족, 그리고 자아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써 왔습니다. 그 배위에서 살아가는 백의민족은 늘 그들의 희망을 향해 노 저어 가는 불안한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늘 위태롭지요, 그러나 꿈꾸는 민족이지요. 그래서 희망가를 선창해야 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시인이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 시조는 그러한 생각을 담는 그릇이 돼야 합니다. 바른 정신, 올곧은 생각을 시조라는 그릇에 담으려 애써왔다고나 할까요.

▶전통을 계승한 시조에 대한 애착이 깊다. 시조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시조는 오랫동안 우리문학의 중심이었습니다. 서양문물이 밀려오면서 나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허물어 버린 것이 서양의 문화, 문물이고 문학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문학양식도 흔들리며 자유시에 압도되는 기류를 맞게 됐습니다. 최근 들어 전통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K-컬쳐가 대세를 이루며 세계로 뻗어가는 시류에 시조도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시조는 정형률이 엄격한 한시나 일본의 하이쿠와 다릅니다. 시조는 느슨한 정형이라 오히려 넉넉한 형식적 장점이 있습니다. 하이쿠처럼 순간 포착으로 착상되고 표현되는 시형이 아닙니다. 3장 6구 12음보를 기조로 기·서·결 혹은 기·승·전·결 구성을 취하며 다소 여유로운 보법으로 시적 완결성을 갖추는 시형입니다. 고전적 장르로 치부되어 그치고 말 장르가 아닙니다. 우리민족이 존재하는 한 시조도 존재할 것입니다. 시조를 써보면 당장 그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요즘 자유시와 구분이 안 되는 시조가 많다. 시조가 꼭 지켜야 하는 형식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시조의 현대화라는 명제를 두고 많은 학자나 시인들이 설왕설래해 왔습니다. 여기서 정형시가 지킬 것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자유시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며, 시조의 율격이 지켜지지 않았는데 무슨 시조라고 하느냐? 등의 말들이 있습니다. 이런 연장선에서 마치 시조의 보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현대화라 착각하는 사람들은 각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평론가들 중에는 시조가 현대화를 추구하다 보니 시조성을 잃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신 차려야 할 조언이라 생각합니다.

시조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은 종장 첫구 3자(불변율)입니다. 이는 가감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를 어기면 시조가 아닙니다. 그리고 종장 2구는 5-8자까지 허용(견지율)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종장 첫구 3.5-8)이 시조에서 변화(전환)를 도모하는 절묘한 구절입니다. 이 부분은 꼭 지켜야 합니다.

▶글을 쓸 때 언어는 어떻게 조탁하는가?

시의 얼기가 쳐지면 본격적으로 조탁에 들어갑니다. 절제와 함축이라는 시조의 형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 부분에 소홀함이 없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정형시라 어휘 구사와 이미지 전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시조를 맞이하는 나의 방법이라면 늘 '시적 긴장' 상황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김연동(金演東) 프로필

1987년 경인일보신춘당선, 시조문학천료, 月刊文學新人賞 당선 등으로 등단
시조집
『저문 날의 構圖』, 『바다와 신발』, 『점묘하듯, 상감하듯』, 『시간의 흔적』, 『휘어지는 연습』, 『낙관』,『노옹의 나라』, 『그런 날 그런 꿈』 등
사화집 『다섯 빛깔의 언어 풍경』,『80년대 시인들 』1. 2
시조 평론집 『찔레꽃이 화사한 계절』, 시조 칼럼집『가슴에 젖은 한 수』 등
수상
'경상남도문화상', '中央時調大賞', '가람時調文學賞', '2013.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노산시조문학상' 등 
활동
 마산문인협회 회장, 경남문인협회 회장,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의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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