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가 삼킨 산청, 수마가 또 할퀴어…‘복합 기후재난’ 가능성 더 높아진다

오경민 기자 2025. 7. 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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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산림 훼손이 산사태 영향
전문가 “가을 태풍도 위험성
광역 단위로 대비 기준 높여야”

지난 16일부터 700㎜ 이상 비가 쏟아진 경남 산청은 동시다발 산사태로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산림청이 지난 3월 영남 지역 산불 재난 이후 산사태 위험이 커진 지역에 응급복구 조치를 했지만 짧은 시간 쏟아진 물폭탄에 산사태 피해를 막지 못했다.

산청에는 많은 비가 온 데다 19일에는 국지성 호우까지 겹쳤다. 국지성 호우는 산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다. 16일부터 산청에 내린 비는 무려 701.6㎜(시천면 793.5㎜)였다. 19일에만 352.8㎜가 쏟아졌는데 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66.8㎜였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시간당 30㎜, 일 강우량 150㎜, 연속강우량 200㎜ 이상일 때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는데, 산청은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지난봄 입은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도 산사태에 영향을 미쳤다. 산청에서는 지난 3월 산불로 1158㏊ 가까운 산림이 훼손됐다. 산불 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비율은 20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건강한 숲에서는 나뭇잎과 낙엽층이 빗물 충격을 막아주는 ‘우산효과’, 나무뿌리가 토양을 잡아주는 ‘말뚝효과’와 ‘그물효과’ 등이 나타나는데 산불 피해지에서는 효과가 감소한다. 산불이 훑고 간 지역에서는 빗물이 흙에 스며들지 못하고 곧장 흘러내려 토사가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산림청은 지난 3월 산불 이후 279곳을 산사태 예방 응급복구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산청군은 시천면 22곳, 단성면 5곳 등 27곳이었다. 산청군은 지난달 해당 지역에 대한 응급복구 조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응급복구 조치는 극한 호우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전문가들은 산사태 같은 재난이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 호우와 대형 산불 위험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규모 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극한 호우는 증감을 반복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연 강수량도 1414㎜로 평년 수준에 머물렀지만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린 횟수는 31회에 달하는 등 지역별로는 기록적 폭우가 잦았다.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다가오는 가을 태풍 때는 물론이고, 내년 여름에도 이번 같은 폭우가 올 수 있다. 기준을 높여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며 “산사태 위험지역과 침수 위험지역을 따로 관리할 게 아니라 산사태와 침수를 엮어 보다 큰 유역 단위로 재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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