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국민주권정부의 삼중 딜레마

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 2025. 7. 2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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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국민주권정부가 60% 넘는 높은 지지율 속에 순항 중이다.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이라는 실용주의적 기조를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과 이념이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는 원칙에서 박정희 정부든 김대중 정부든 유용한 정책이라면 이념을 불문하고 수용하겠다는 전략을 다방면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기 내각 인선은 물론 전방위적인 소통 행보로 이러한 실용주의적 국정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과는 달리 취임 한 달 만에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직접 답변하며 자신의 국정 철학을 설명했다. 또한, 보수 원로들과의 면담을 통해 조언을 청취하며 소통의 폭을 넓혔다. 나아가 사회적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 20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는 정부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사과(7월16일)함으로써 지연된 정의 실현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이러한 실용주의와 소통의 리더십은 정부 출범부터 지속된 60%가 넘는 지지율이 보여주듯 시민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평가와 지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주권정부가 당면한 정치적 도전은 ‘촛불정부’의 경험처럼 복합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촛불광장에서 형성된 이념·지역·세대를 아우른 ‘촛불 연합’은 민주화 이후 최초로 무지개 연합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연합은 박근혜 퇴진이라는 단일 목표에 따라 형성된 잠정 연합에 그쳤다.

스스로 촛불정부라 명명한 문재인 정부는 이 촛불 연합을 지속 가능한 ‘민주주의의 다수 연합’으로 전환해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지녔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제19대 대선 직후 실시된 조사(한국갤럽, 이하 같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적폐청산, 개혁, 쇄신(20%)과 정권교체(17%)였다. 정책과 공약에 대한 지지는 11%로 6위에 그쳤다.

즉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에 대한 심판에 기초해 집권했으며,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나라다운 나라’ 구축에 대한 비전과 실행을 통해 지지 기반을 확장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시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제7회 지방선거(2018년 6월)와 제21대 총선(2020년 4월)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두 시기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결과에서 긍정적 평가의 주요 요인은 각각 대북 정책(28%)과 코로나 대응(54%)이었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경제, 민생문제 해결 부족(각각 39%, 29%) 요인이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지율 최저점 시기(2021년 7월 3주)와 대선 전 마지막의 직무수행 평가 결과를 보면 초기 긍정 평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코로나 대응이 오히려 부정 평가 상위 요인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각각 14%·13%, 부동산 정책에 이어 2위).

이러한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 기반이 안정적 지지 연합이 아니라 국면적 이슈에 따라 유동적이었음을 방증한다.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 다수 연합 구축에 실패했다. 결국 적폐청산의 도구였던 검찰 조직의 총장 출신 야당 후보에게 21대 대선에서 패배하며 정권을 내주었다.

국민주권정부 또한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제20대 대선과 마찬가지로 ‘심판 선거’였다. 실제로 유권자들이 이재명 후보를 선택한 주요 이유 1위는 ‘계엄 심판 및 내란 종식’(27%)이었으며, 정책과 공약(9%)은 여섯 번째에 불과했다. 이는 국민주권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집권 연합의 창출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음을 의미한다.

국민주권정부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내란 극복, 민주주의 복원, 개혁의 동력으로서의 최대 민주연합 형성과 유지라는 삼중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층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 세 과제는 상호 긴장 관계를 이루며 동시에 달성하기 어려운 ‘삼중 딜레마(trilemma)’적 성격을 지난다. 새 정부는 빠른 내란 수습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통해 이를 수행해야 하는 이중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제21대 대선 과정에서 성취하지 못한 민주주의 다수 연합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이러한 복합적 과제는 촛불정부의 사례가 보여주듯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지지나 소통에 기대어 달성하기 어렵다. 이 복합 과제에 대한 시민들의 중간평가는 제23대 국회의원 선거(2028년 4월)다.

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

강우진 경북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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