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동반자 반려동물, 죽으면 ‘쓰레기’ 취급하는 사회
‘동물 사망’ 공적 관리 목소리
현행법, 사체 종량제 봉투에 배출
생활폐기물 분류, 옛 지침 그대로
등록시스템 있지만 ‘사후 행정 無’
장례 과정 사망신고 연동 필요성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세 집 중 한 집에 이를 만큼 일상화됐지만, 죽음 이후는 여전히 제도 밖에 놓여 있다.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버릴 수 있도록 하는 현행법이 대표적인데, 가족 같은 존재를 쓰레기처럼 처리하라는 기준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반려동물의 사망도 공적 관리 체계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경기도 공공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16만1천739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4만5천223마리는 동물병원 등 대행업체를 통해, 5만4천687건은 보호자가 직접 시·군·구청에 등록한 경우다. 등록 방식도 내장형·외부장치형·인식표형으로 구분돼 있는 등 생전에는 비교적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 표 참조

하지만 생을 마친 이후부터는 행정 사각지대에 놓인다. 동물보호법과 지자체 지침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망 시 보호자가 30일 이내에 등록 말소를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신고 여부는 자율에 맡겨져 있고, 장례 여부나 사체 처리 방식은 행정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반려’라는 이름과 달리 죽음 이후에는 ‘폐기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폐기물관리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되며, 행정기관은 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동물장묘업이 활성화되기 전 마련된 지침이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 제도와 현실 사이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다.
반려견과 12년째 함께 살고 있는 화성시 거주자 정모(32)씨는 “반려견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수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는데, 예전처럼 동물을 짐승 취급하던 시절에 만든 지침이 아직도 그대로라는 게 너무 놀랍더라”며 “요즘은 동물보호법 공약도 많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시대인데도 정작 죽은 뒤까지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망 이후 절차가 보호자의 판단에만 맡겨진 탓에 관련 통계도 사실상 공백이다. 장묘업체를 통해 장례를 치른 경우에도 해당 정보는 동물등록시스템과 연동되지 않으며, 정부나 지자체는 사망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사망 신고가 누락된 동물은 ‘유령 데이터’로 남고, 실종이나 유기로 오인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는 대만이 꼽힌다. 대만은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사망과 장례 형태를 실시간으로 국가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해 말소부터 사후 절차까지 자동화된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현재도 등록 말소 항목에서 사망신고가 가능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게 문제”라며 “장묘업체에서 화장 과정 중 등록 여부를 확인하고, 등록된 동물일 경우 사망신고까지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되면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혜연 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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