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EU, 미 무역전쟁 후 중국과 첫 정상회담

윤기은 기자 2025. 7. 2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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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희토류로 갈등하다…트럼프 재집권 후 ‘화해 모드’
무역 합의가 상호 유리…EU 역내 산업 보호 선택할 땐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발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오는 24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무역·안보 등 주요 사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EU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무역 질서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의 쟁점은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해왔고 중국은 자국산 전기차 관세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U는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자 2023년부터 반보조금, 반덤핑 조사를 시작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1%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중국을 견제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재집권한 뒤 EU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EU와 중국은 ‘화해 무드’로 들어섰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위원은 올해 네 차례 실무협상을 진행하면서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

상호 무역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과 EU가 이번 기회를 통해 대미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양측 모두에 유리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 무역 규모는 하루 23억유로(약 3조7000억원)인 것으로 추산되며 중국은 미국에 이어 EU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특히 EU는 전자·기계 부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다.

중국도 미국과 관세 전쟁 휴전 기간이 다음달 끝나는 데다 내수 경기가 침체해 판로를 한 곳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중앙TV의 소셜미디어 매체 위위안탄톈은 지난 7일 양측이 “전기차 관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논의를 거의 마쳤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EU가 역내 산업 보호를 우선시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EU는 지난해 약 3000억유로(약 485조원) 규모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의 그제고르츠 스테크 수석분석가는 “EU와 중국은 무역 및 산업 정책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충돌하는 궤도에 있다”며 “중국이 점점 더 절실하게 수출처 확대를 바라게 된 상황은 역내 산업 기반을 보호하려는 EU의 방침과 상충한다”고 분석했다.

양측이 무역 합의를 이뤄내더라도 중국의 안보 위협, 인권침해, 기술 간첩 행위 등 문제로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입장차도 양측 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U가 중국과 손잡을 경우 미국에 보복당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과 무역 동맹을 맺는 행위는 자신의 목을 베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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