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외면, 공공예식장 침체
지자체 지원 정책 제자리걸음
예식장 여건 부족에 실적 저조

'출산 기피'와 '결혼비용 부담'이 국정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결혼 지원을 위한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예식 지원 정책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사람이 찾지 않는 예식장'이라는 불명예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개선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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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에서 운영 중인 공공예식장은 공유서비스 등록 기준으로 수원·용인·고양·성남·의왕·부천·여주 등 7개 지자체에서 10곳에 불과하다.
31개 시·군 가운데 24개는 아예 공공예식장을 확보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중 북부지역은 고양시 1곳이 유일하다.
2023년부터 경기도와 일부 시·군이 공공예식장 운영을 본격화했지만, 2년 동안 10곳 안팎에서 변화가 없었다. 장소 확대나 신규 시·군 참여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공공예식장은 연간 1~2쌍 정도만 이용하거나, 수년째 결혼식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채 비활성화 상태로 남아 있다.

실제로 결혼식 진행 실적이 '0건'인 부천 소사구청 공공예식 공간은, 빼곡히 설치된 회의용 의자 앞에 무대 하나만 마련된 단조로운 구조였다. 의왕시의 2층 대회의실도 넓은 공간만 제공할 뿐, 실질적 예식 기능은 떨어져 예비부부들로부터 외면받았다. 이 두 곳은 신청자가 전혀 없어 사실상 폐지됐다는 게 지자체의 설명이다.
실적이 저조한 것은 예식장으로서의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행사나 회의 목적의 내부 공간, 혹은 공원 내 야외 공간을 예식장으로 '전환'했을 뿐, 예식 전문 공간으로서의 조명, 동선, 화장실, 분장실, 신부대기실 등 기반 시설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고양시가 운영하는 일산호수공원 야외예식장도 수용인원이 50여명에 불과한 데다 음식 조리를 하지 못하는 한계 탓에 연 2~3회 정도 예식이 여렸다.
또 다른 원인은 예비부부는 해당 공간을 대관한 뒤, 식대·비품·예복·촬영·사회자 등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신청자가 예식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은 다양한 패키지 상품과 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이 형성된 반면, 공공예식장은 항목별 견적을 일일이 따로 받아야 하기에 총비용이 민간보다 더 드는 경우도 생긴다.

공공예식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이미 2021년부터 공공예식장의 장소 확대와 질적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실질적 반영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도는 지난해 옛 도청사 잔디마당을 활용해 시범 운영하던 공공예식을 중단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체계가 일차원적이라는 점이다. 결혼 관련 상담처조차 없이, 각 지자체의 총무과나 시설관리부서 등 제각각 다른 부서가 단순히 '대관 업무'만 담당하는 것이 전부다.
민간전문업체와의 연결은 물론, 예비부부의 제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한 행정적 지원은 전무하다.
대부분 지자체 역시 현실을 인정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만큼의 퀄리티를 갖추지 못하고, 민간 대비 가격 차이도 크지 않거나 오히려 비싸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달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결혼서비스 가격을 공개하는 방안을 신속추진과제로 선정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포함돼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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