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성보 ‘영산회상도·시왕도’ 환수기
[KBS 춘천] [앵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당시, 해외로 반출된 강원도 유산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흥사가 품고 있던 '영산회상도'와 '시왕도' 역시 한때 이러한 처지였는데요.
일부는 보금자리로 돌아왔지만 아직 못 온 유산도 있습니다.
이번 주, 강원유산지도에서는 망자의 죄를 심판하는 열 명의 왕을 그린 시왕도를 추적해 봅니다.
김문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설악산에 안긴 천년고찰 신흥사.
1,400여 년 불교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신흥사의 가장 깊은 곳, 수장고 문이 열립니다.
높이 124cm, 너비 93cm가량의 세 폭짜리 대형 그림이 나타납니다.
열 명의 왕이 죽은 자를 심판하는 과정을 그린 '시왕도'의 일부입니다.
거대한 왕이 판관과 동자를 거느린 채 망자를 내려다봅니다.
죄지은 망자가 나무판에 묶이고, 끓는 솥에 빠지는 등 각각 다른 형벌을 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1798년 그려진 불화로 모두 10점이 완전체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그림은 6점뿐입니다.
한국전쟁 발발 후 미군정이 실시된 1954년 여름과 가을 사이.
당시, 미군이 찍은 신흥사 내붑니다.
여름에 찍힌 사진에는 시왕상 뒤쪽에 화려하게 채색된 시왕도가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가을에 찍힌 사진에는 이 불화들이 전부 뜯겨 나가고 없습니다.
무단 반출된 겁니다.
당시, 이곳은 수복 지구여서 민간인 출입이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이상래/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사장 : "전쟁이 나고는 못 들어갔죠? 다 내쫓고?"]
[김준영/전 속초부시장 : "네, 군인들이 들어가서 살림을 했지."]
그림을 다시 찾기 시작한 건 지역 민간단체입니다.
90대 노인들의 증언을 채록해 우리 유산의 뿌리를 찾아나섰습니다.
2012년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 영산회상도가 6조각으로 잘린 채 처음 발견됐습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20년 시왕도 6점과 함께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또 다른 시왕도 한 점은 미국의 한 미술관에서 확인됐습니다.
10번째 왕인, 오도전륜왕 입니다.
미술관 홈페이지에는 본래 열 점짜리가 한 세트라며, 6점은 신흥사에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각 불화 아래쪽마다 누가 언제 그렸는지가 기록돼 있습니다.
[정종천/속초시립박물관장 : "언제 누가 그렸는지 또 어떠한 사람들이 시주를 통해서 이 시왕도를 그리게 됐는지 화기를 통해서 다 적게 돼 있습니다. 환지본처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원래 있던 자리에 왔을 때 그 가치는 더 크고, 불교적인 의미에서도 우리가 신앙적인 의미에서도 원래 있던 자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영산회상도는 제 자리를 찾아 국가 보물로서 가치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시왕도는 독창적 불교회화로 인정받아 2022년 강원도 유형문화유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시왕도 석 점은 여전히 타국을 떠돌고 있습니다.
이 유산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놓기 위한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최중호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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