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발언대] 누군가의 여름이 생존을 묻는다- 어태희(사회부)

어태희 2025. 7. 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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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여름은 푸른 바다와 햇살 아래 펼쳐진 휴식의 계절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에겐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생존의 계절이다.

쿨러나 환기팬, 그 어떤 냉각장치도 식히지 못하는 열기 속에서 노동자들은 오로지 휴식만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속에서 여름은 매년 가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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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여름은 푸른 바다와 햇살 아래 펼쳐진 휴식의 계절이다. 그러나 다른 누군가에겐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생존의 계절이다. 이들은 냉방이 아닌 열기 속에서, 쉴 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하루를 버틴다.

6월부터 이른 폭염이 시작됐다. 뜨거운 땡볕 아래로 취재를 나갈 때마다 그저 죽을 맛이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숨이 막히고, 이마로 흐르는 땀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도망치듯이 실내로 들어와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고작 1시간도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야외 현장에서, 혹은 에어컨이 의미가 없는 열기 가득한 실내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여름은 인내의 시험대다. 이들이 쓰러지는 순간은 생계의 중단이기도 하다. ‘잠깐 쉰다’는 말이 허락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폭염은 생명을 위협한다.

올해 7월 19일까지 경남의 온열질환자는 154명, 사망자는 1명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온열질환이 발생한 장소는 실외와 실내를 막론하고 ‘작업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온열질환자가 ‘일하다가’ 쓰러진다는 이야기다.

얼마 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성토가 떠오른다. 6월부터 지난 15일까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만 온열질환자 6명이 발생했다. 이미 뜨거워진 철판을 고온의 열로 자르고 옮기며, 바람 한 줄 통하지 않는 두꺼운 작업복은 찜복이 된다. 동료들이 더위로 쓰러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얘기했다. 쿨러나 환기팬, 그 어떤 냉각장치도 식히지 못하는 열기 속에서 노동자들은 오로지 휴식만이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해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에서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강제력 없는 ‘권고’에 머물렀던 폭염안전 수칙 중 가장 중요한 ‘휴식’이 의무가 됐다.

기뻐하기엔 석연치 않다. 시간을 특정해 휴식을 부여하기 곤란한 노동의 경우에는 예외를 두며 이동노동자 또한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후위기 속에서 여름은 매년 가혹해진다. 더 이상 누군가의 여름이 생존을 질문해야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어태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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