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도, 간선도로도 지하화하겠다는 한국…홍수에 더 취약해진다”
“천년에 한번 올 홍수로 기준 강화…저지대는 ‘준비된 침수’”

제방이나 댐, 준설을 통해 호우와 홍수 피해를 완벽히 막겠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은 생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위기 시대엔 이런 재난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피해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회복탄력성’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을축년 대홍수 100년,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승 전 세계기상기구(WMO) 아시아 수문자문관은 “100년, 200년 빈도의 홍수가 이젠 수년마다 일어나고 있고, 설계 기준을 초과한 재난은 피할 수 없다. 기존의 제방과 댐을 중심으로 한 방어 체계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하고, “이젠 ‘완벽한 방어’에서 ‘신속한 회복’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20일 집중호우로 전국 12곳에 200년에 한번 내릴 정도로 드문 비가 내렸는데, 통상 ‘200년 빈도’는 현재 하천 시설의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높은 기준이다.
김 전 자문관은 한국 사회에 다른 나라와 다른 두 가지 위험이 더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는 지하공간의 난개발과 남용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의 과도한 지하철 건설, 동·서 간선도로 지하화, 경부선 철도 지하화, 전기·통신시설 지하화, 주거·상업시설 지하화, 주차장 지하화 등이다. 지하 시설물은 호우와 홍수에 극히 취약하다. 백경오 한경국립대 교수도 “새 건물을 지을 때 지하 공간을 상업이나 주거 시설로 남용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지하에 저수 공간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국가 인프라의 과도한 서울 집중과 연결이다. 김 전 자문관은 “국가의 중요 시설이 서울에 몰려있어 서울에서 호우와 홍수 재난이 일어나면 국가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서울의 기능을 부산이나 대구, 광주, 대전 등 다른 대도시들로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하천의 설계기준(하천의 폭, 제방과 같은 홍수방어 시설의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은 최대 200년 빈도로 정해져 있는데, 김 전 자문관은 이를 더 강화하고 3단계로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1단계 공공기관과 데이터센터, 발전소·변전소 등은 1000년 빈도 이상으로, 2단계 주거 밀집지와 산업단지, 광역 교통망은 200년 빈도 이상으로, 3단계 농경지와 공원, 저지대, 상습 침수지는 200년 빈도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1~2단계는 높은 강도로 보호하되, 3단계는 준비된 침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홍수를 완전히 막을 수 없으므로 완화할 수 있는 공원이나 저류지를 확보해야 한다. 대신 저지대는 침수에 대비한 건축이나 신속한 복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자문관은 “기후위기 시대엔 장기적으로 재난 위험도를 높이는 지하화, 포장, 복개 등을 줄이고 저지대나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 단체에서도 오랫동안 ‘룸 포 더 리버’(강을 위한 공간) 같은 운동을 벌여왔다. 도시 개발 과정에서 좁혀놓은 하천 공간 밖에 유수지나 범람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염형철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는 “호우가 내렸을 때 물을 담을 공간을 도시 안에 마련해야 한다. 도시의 저지대는 개발하지 말고 공원이나 유수지 같은 공간으로 비워놔야 한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염 대표는 “강남역과 같은 저지대의 상습 침수지를 함부로 개발할 수 없게 하는 제한도 필요하고, 그런 곳에 침수가 발생했을 때 그 개발자나 소유자가 직접 책임지게 하는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타당하다”고 말했다.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맞춤형 호우·홍수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홍수위험지도를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각 지역의 재난 위험도를 주민들이 스스로 알아야 하고, 각 지역과 도로, 건물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건물에 대해서는 소유자에게 재난의 책임을 묻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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