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체계 개편 임박…“거시건전성 감독, 최우선 고려해야”

우리 금융감독체계를 정책조직과 감독조직으로 완전 분리하는 재편안을 국정기획위원회와 대통령실이 막바지 조율하는 중이다. 한국은행이 2천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거시건전성 문제 해결을 조직 개편의 주요 목표로 내세우며, 논의 한복판에 뛰어들면서 논의가 길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 거시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감독체제가 별도 분리되는 추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정책·감독 통합체제 아래 가계부채 누증과 금융시장 왜곡을 초래해 왔다며, ‘거시건전성 감독’ 목표에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감독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21일 국정기획위 안팎에 따르면,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보내고 감독조직을 따로 분리·설치하는 ‘정책·감독조직 분리안’이 사실상 확정적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앙은행에 새로운 감독 권한을 줄 것인지, 주요 금융기관들이 참여해 거시건전성 관리를 총괄하는 상설기구인 ‘금융안정협의체’(가칭)를 신설할 것인지 등이 추가 쟁점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금융감독 역할 확대 방안을 국정기획위에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설명회 때부터 “20년 넘게 가계부채가 한 번도 안 줄어든 것은 거시건전성 정책 집행이 강하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법적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비롯한 대출규제, 금융회사 자본비율규제 등을 포괄한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중앙은행이 금융권 감독 활동을 통해 ‘최종 대부자’로서 금융시스템 불안을 억제하는 데 제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 금융감독체계는 정책과 감독을 단일 조직이 통합 수행하는 유형에 속한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정책은 물론 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 기능을 동시에 추구한다. 금융감독원(무자본 특수법인)은 행정부처인 금융위로부터 예산과 업무 지휘·감독을 받아 현장에서 감독업무를 위임·집행한다. 형식상 복수의 기관이지만, 법령·제도 등 정책수립(금융위)과 집행(금감원)이 분리되지 않은 채 수직 통합된 구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선진국 금융감독구조 재편 방향은 과도한 대출 등 금융팽창이 금융시스템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에 중점을 두는 게 주요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책조직과 감독조직이 완전 분리되고 중앙은행의 감독 권한도 확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감독 효율성을 강조하며 정책·감독을 통합하는 금융위 체제를 만들었다.
우리 감독체계를 완전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는 △통합 구조에서 발생해 온 각종 금융사고와 시장 왜곡 △거시건전성 관리라는 두 측면에서 모두 제기된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전 금감원 부원장)는 “금융감독 체계에 하나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라면서도 “주요 선진국 중에 감독 기능을 재무부(또는 한국 금융위)가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금융산업 진흥 목적에 따라 브레이크보다는 엑셀을 밟게 되고, 그 결과로 라임·옵티머스·홍콩ELS(주가지수연계증권) 사태 같은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교수(경제학)도 “금융 부처가 부동산 정책을 위해 금융을 희생시키고 금융산업 정책을 위해 감독 규제를 완화하면서,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규율도 원칙도 서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체계를 재편하는 문제는 △감독의 효율성 △감독 기능의 독립성 △금융의 대형화와 복잡화 △비은행금융회사의 팽창 같은 정책 목표와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고차 방정식’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각 금융회사들의 개별 건전성은 양호한 편인데, 가계부채라는 거시건전성 측면의 금융 불안정 위험이 뇌관처럼 자리하고 있는 형태다. 이같은 한국적 특성을 감독구조 재편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까닭이다. 원 교수는 “한은이 거시 건전성 감독에서 역할을 맡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며 “한은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안과 책임 있고 투명한 거시금융안정 공식 협의체 개설 등이 가능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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