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광주 신안교·마륵동·동림동…반복되는 수해 왜?
저지대·배수취약지대 ‘공통 분모’
통계 기대던 대책들, 현실과 괴리 커
치수(治水) 인프라 ‘중장기 리셋’ 불가피

"100년에 한 번, 2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던 폭우가 매년, 혹은 해마다 발생하는 시대가 됐다.
원인은 복합적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이상기후'로 인해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자연재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지역에는 하루 동안 426.4㎜의 비가 내려 1939년 이후 역대 최고 일 강수량을 기록했다.
'괴물 폭우'로 일컫는 비가 내리자 광주광역시의 방재·치수 인프라는 곧장 한계를 드러냈다. 2명의 인명피해를 비롯해 주민 대피, 도로 파손, 건물 침수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이에 과거의 기록과 대책보다는 중장기적 성격의 치수 패러다임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통계와 임시방편식대책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 갈수록 늘어가는 극한호우
17일 하루 동안 광주에 쏟아진 426.4㎜ 비는 1939년 이후 역대 최고 일 강수량 이다. 전례 없는 폭우에 곳곳이 침수되고 도로 파손까지 이어지면 도심 기능이 마비됐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기상청은 폭우 패턴의 변화에 따라 2023년 '극한호우'라는 개념을 공식 도입했다. 이는 1시간 누적 50㎜, 3시간 누적 90㎜ 이상일 때 또는 1시간 누적 72㎜ 이상일 때다. 기존의 '집중호우' 개념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초단시간 국지성 폭우가 증가하면서 새로운 분류와 경보 체계가 동시에 도입됐다.

◇되풀이되는 침수 피해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일대의 서방천은 ▲극락천 ▲계림동 ▲운암동 공구의거리와 함께 광주의 대표적인 침수피해 지역이다.
신안교 일대는 1988년, 2020년과 올해까지 총 세 번의 심각한 침수를 겪었다. 2020년 수해 후 200억 원을 투입해 하수도 중점 정비를 마쳤음에도 더 강한 호우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일시적 대책으로 투명 방수막을 설치했지만 효용이 없었다. 오히려 "방수막 설치가 오히려 물 흐름을 막아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서방천은 복개하천으로 범람과 침수피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돼 왔다.
서방천 물길은 용봉천에서 물을 받아 전남대 치대병원 쪽으로 나가는 흐름이다. 하지만 물이 들어오는 관로는 24m지만 나가는 관로가 12m에 불과하다. 물이 넘치면 역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모이는 물과 빠져나가지 못하는 물이 모여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범람·침수를 유발시킨다.
또 신안철교에 설치된 6개의 좁은 교각도 물흐름을 방해하는 상황이다. 이에 강기정 시장은 지난 20일 광주를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곡선 철교 직선화(400억)와 교각을 2개로 줄이는 사업(300억)을 건의하기도 했다.
광주 서구 마륵동도 2020년에 이어 올해 다시 침수됐다. 빛고을공예창작촌, 산동교, 양동시장, 건국동 하신마을도 마찬가지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저지대이거나 노후한 구도심 등 배수취약지대라는 점이다.
이처럼 예산을 쏟아 시설 보완해도 '물난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신안교 일대의 사례처럼 단 몇 년 새 반복되는 수해를 막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 '중장기 구조 재설계'가 해법
전문가들은 기존 통계와 반복적인 임시방편으로는 더 이상 기후 위기, 극한호우 현실에 대응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00년 빈도의 폭우조차 더 이상 '희귀'가 아니며, 지자체 및 중앙정부 기준도 더 자주, 더 강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기성 건 별 프로젝트뿐 아니라, 전체적인 치수 체계의 리셋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한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교수는 "도시 하수용량은 10~30년 빈도 폭우를 대상으로 해왔다. 이제는 기후 변화·기후 위기로 100~200년 빈도에 맞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단기적 대책은 한계가 있다.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일본은 학교 운동장에 거대 저류조를 설치하고 각 가정도 빗물 저장 탱크를 갖추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아스팔트(콘크리트)로 포장돼 빗물이 오롯이 하수관으로 흘러든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백운광장은 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이 빗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비공식 저류조' 역할을 해 침수를 피해갔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 간 긴밀한 협력 시스템 구축 역시 강조했다.
그는 "재난 대응을 지자체가 제각기 하는 현재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면서 "담당자들의 대응 역량 향상, 유기적인 재난 메뉴얼, 치수 전문가 양성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