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동요 풍경화

정연정 문화경제학자·우석대 초빙교수 2025. 7. 2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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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Jung의 호서문화유람

내게 있어 여름을 알리는 동요 1번지는 윤석중(1911-2003)이 번안한 '뻐꾹 뻐꾹 봄이 가네'로 시작하는 '뻐꾸기'이다. 2절은 '뻐꾹 뻐꾹 여름 오네'로 시작하는 걸 보면 뻐꾸기가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서 제 목소리를 들려줌에 틀림없다. 원곡은 오스트리아 민요이다.

그렇다. 뻐꾸기는 꾀꼬리와 함께 늦은 봄철 찾아 왔다가 가을되면 남쪽으로 다시 떠나는 대표적인 여름철새다. 우리가 이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건 5월말경 산란기가 되면서 수컷이 암컷을 찾아 울음을 터뜨릴 때이다. 탁란(托卵)을 하는 뻐꾸기는 스스로 둥지를 만드는 꾀꼬리에 비해 조금 일찍 날아 온다. 여하튼 뻐꾸기, 꾀꼬리가 이산 저산에서 울어 제끼면 이제 따뜻한 봄이 가고 서서히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순애의 '오빠생각'은 뜸북새와 뻐꾹새 울 제 비단구두 사러 서울가신 오빠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 오빠는 춘궁기 보릿고개를 넘으려, 또 굶기를 밥먹듯 하는 동생들이 안스러워 입을 하나라도 줄이려 대처로 떠난다. 이 뜸부기, 뻐꾸기가 우는 계절과 보릿고개 시절은 대체로 중첩된다.

 먹을 것 없어 바구니 끼고서 도라지 캐러 간 누나의 이야기는 김영수, 홍난파의 '여름'이다. 언니 누나를 따라간 우리들은 그 옆에 옹기종기 모여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 맛있게도 냠냠'하며 소꿉놀이를 한다. 최옥란, 홍난파의 '햇볕은 쨍쟁'이다.

 언니들은 쉴 새가 없다. 나물 캐던 틈틈이 겨우내 묵었던 빨래를 위해 개울가로 향한다. 그저 따라 간 우리들은 빨래엔 관심이 없고 그저 물탕을 튀기며 언니들을 놀려댄다. 윤석중, 홍난파의 '퐁당퐁당'이다.

 그것도 시들해지면 고기를 잡으러 옆 냇가를 찾는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로 시작하는 이태선, 박재훈의 '여름냇가'이다. 본격적인 갯가 풍경은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강으로 갈까나'로 시작하는 윤극영(1903-1988)의 '고기잡이'에 생생하다.

힘든 보릿고개가 넘어가는 6월 중하순이 되면 감자와 옥수수가 나와 우리의 허기를 메워준다. '기차소리 요란해도 잘 크기만 하는' 기찻길 옆 옥수수밭이야기는 윤극영의 '기차길옆'이다. 하모니카는 불고 싶은데 살 돈이 없으니 '옥수수알 길게 두줄 남겨서' 소리가 잘 안나는 윤석중, 홍난파의 '옥수수하모니카'를 만들어 분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한다. 비가 와도 가야 한다. 그래서 찢어진 우산을 쓰고서라도 이마를 맞대고 학교는 간다. 윤석중, 이계석의 '우산'이다. 같은 비를 아동문학가 권오순은 '구슬비'에서 '송알송알, 조롱조롱, 대롱대롱'으로 살갑게 표현했다.

 비 그치면 산위에서, 강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윤석중, 박태현의 '산바람 강바람'이다. 어효선은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파란색'일 것이라고 '파란마음 하얀마음'에서 노래한다. 또 책에서나 그려보던 머나먼 바다는 아마 초록빛일 거라 상상하며 박경종은 '초록바다'에 두 손을 담근다.

 어스름 저녁이 되면 '솔바람이 불어와서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뭉게구름'을 걸쳐놓고 간 들녘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미국버들(美柳)은 미루나무가 되었다. 박목월이 번안한 '흰구름'이다. 정지용이 '북(北)에는 소월, 남(南)에는 목월'이라 극찬한 그 목월이다. 그렇게 동요속 고향의 여름은 점점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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