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민생쿠폰 신청 첫날, 고령층 몰린 복지센터 ‘혼잡’…"절차 몰라 우왕좌왕"

임지섭 기자 2025. 7. 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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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복지센터 문 열기 전부터 북적
대부분 온라인 익숙치 않은 어르신
일부, 신청일 헷갈려 발걸음 되돌려
현금성 지원, 물가 자극할까 우려도
21일 오전 8시30분 서구 치평동 행정복지센터. 센터 앞은 개장 30분 전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고자 모인 주민들로 북적였다. 사진은 치평동 주민 정모씨(80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절차를 거치는 모습.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어서오세요. 소비쿠폰 신청하러 오셨어요? 본인만 신청하실 건가요?"

21일 오전 8시 30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행정복지센터. 문이 열리기 전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려는 주민들로 센터 입구가 붐비기 시작했다. 대기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했지만, 순식간에 30~40명으로 늘며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현장을 찾은 주민 대부분은 온라인 신청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었다. 정모(80대)씨는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지만, 스마트폰도 어렵고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어서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센터 문이 열리자 곧바로 번호표가 배부됐다. 불과 10여 분 만에 30~40번대 번호표가 모두 소진됐다. 대기실에 있는 30여 개 좌석도 금세 가득 찼다. 실물카드 발급 절차는 ▲신청서 작성 ▲번호표 수령 ▲카드 수령 순으로 진행됐다. 1인당 소요 시간은 평균 10~15분 정도였다.

그러나 신청 절차는 고령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청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절차를 혼동해 접수 창구 앞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현장 곳곳에선 "신분증만 있으면 되나요?", "대리 신청하려면 위임장이 필요합니까?", "제 주민번호는 오늘 접수 가능한가요?" 등 문의가 잇따랐다. 배우자 대신 신청하러 온 김모(70대)씨는 "신분증은 준비했지만 도장까지 필요할 줄은 몰랐다"며 "공무원들도 많이 바빠 보이긴 했지만, 안내가 좀 더 친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청 요일을 헷갈려 헛걸음을 한 주민도 있었고, 혼잡한 분위기에 발길을 되돌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신청은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가능하다. 1·6은 월요일, 2·7은 화요일, 3·8은 수요일, 4·9는 목요일, 5·0은 금요일에 해당한다. 주말은 온라인 신청만 가능하다.
 
치평동 행정복지센터 2층 신청장소.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대기 시간 동안 주민들은 쿠폰 사용 계획을 이야기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용도는 식자재 구매였다. 정현복씨는 "양동시장에서 고기나 과일을 한 바구니 사려 한다"고 했다. 신모(90)씨도 "자취하는 손주가 늘 삼각김밥이나 참치로 끼니를 때운다기에 고기나 참치액 등을 사서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몇 년간 새로 맞추지 못한 안경을 이번 기회에 장만하려는 이도 있었다. 나성자(80대)씨는 "백내장 수술을 받고 안경이 꼭 필요한데 가격이 부담돼 미뤄왔다"며 "이번에 멋진 걸 하나 장만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반면 일부 주민은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김모(60)씨는 "가뜩이나 시장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현금성 지원이 물가를 더 자극하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더 오르면 서민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광주 5개 자치구에서 실물카드를 수령한 인원은 총 1만2천388명에 달했다. 북구가 5천470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구(3천433명), 남구(2천468명), 동구(1천17명) 순이었다. 온라인 신청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수령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