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청량리 이제 ‘청량동’ 되나… 주민들 “굳이?” vs “부끄러웠다”

유병훈 기자 2025. 7. 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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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있는 마포구는 동명 변경 계획 없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지어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이호준 기자

서울 동북권 교통의 요지인 청량리의 법정동인 청량리동(淸凉里洞)의 명칭이 ‘리’를 뺀 청량동으로 바뀔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는 청량리 일대가 최근 개발되어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동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21일 만난 청량리 주민들은 “굳이 이름을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하다” 등 의견이 갈렸다.

◇”청량리 복합개발에 따른 변화된 지역 현실 반영해야”

서울 동대문구는 청량리동의 명칭을 청량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청량리동 내 전 세대를 대상으로 주민의견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동대문구 측은 “청량리 복합 개발로 변화된 지역 현실을 반영해 동 명칭을 보다 간결하고 상징성 있는 ‘청량동’으로 변경하자는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명칭 변경은 주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동대문구는 청량리동을 청량동이라는 간결한 명칭으로 변경하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대외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청량리동’ 명칭에 행정구역 단위인 ‘리(里)’와 ‘동(洞)’이 불필요하게 중복된 점을 바로잡고자 하는 의미도 크다고 했다. 리는 농촌 지역 읍·면의 아래에 놓이는 행정구역이고, 동은 도시 지역에서 읍·면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이다.

과거 '청량리 588'의 모습. 길을 사이에 두고 성매매 업소가 늘어서 있다. /조선DB

◇“옛날 이름 바꿔야” vs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동대문구에 따르면 청량리동을 청량동으로 바꿔달라는 민원은 2014년 처음 접수됐다고 한다. 구 관계자는 “이후 동명 변경은 지역의 오랜 현안이었다”고 전했다.

과거 청량리는 서울 동북권 교통의 요지라는 점 외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집창촌인 ‘청량리 588’로 유명했던 곳이다. 집창촌이 있었던 청량리역 옆 전농동 부지는 청량리 뉴타운 4구역 재개발 사업으로 2016년부터 철거가 시작돼 현재는 지상 65층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동대문구가 언급한 ‘변화된 지역 현실’은 이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동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동명 변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청량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길숙(68)씨는 “좋은 변화”라며 “동·리는 동어 반복이기도 하고, 옛날 이미지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장모(70)씨는 “예전에 어디 사냐고 누가 물어봤을 때 ‘청량리’라고 답하면 부끄러운 때가 있었다”면서 “이제 집창촌도 없어지고 시간도 흘렀는데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반면 청량리동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한 수의사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데 (동명을 바꾸면) 헷갈리시지 않겠나”라며 “동네 이미지가 바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옛 청량리 588 지역을 재개발한 신축 아파트에 사는 권모(37)씨는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아는데 동명을 바꾼다고 이미지가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량리시장 골목 /이호준 기자

◇서울에서도 쓰이는 ‘리’… 수유리·화양리는 수유동·화양동

동대문구는 ‘리’와 ‘동’이 중복됐다는 점도 동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들었다. 과거부터 지명에 리(里)가 들어간 곳으로는 청량리 외에 수유리, 화양리, 망우리, 당인리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곳의 현재 지명은 수유동(강북구), 화양동(광진구), 망우동(중랑구), 당인동(마포구) 등 ‘리’가 빠져 있다.

청량리동처럼 동명에 ‘리’가 쓰이는 법정동은 ▲동대문구 답십리동 ▲마포구 염리동 ▲성동구 상왕십리동·하왕십리동 ▲중구 만리동 등 5곳이 더 있다. 이 중 왕십리와 답십리는 고려 말~조선 초 무학대사가 서울을 도읍으로 정할 때 한 노인이 ‘북서쪽으로 십(10)리를 더 가보라’는 말을 들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만리동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반대했던 최만리(崔萬理)가 살던 곳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행정 단위 리와 동이 지명에 모두 들어가 있는 곳은 청량리동과 염리동뿐이다. 염리동의 지명은 소금장수가 많이 사는 마을이어서 염리(鹽里)라고 불렸다고 한다. 다만 마포구는 염리동을 ‘염동’으로 변경할 뜻은 없다. 구 관계자는 “명칭에 부정적 이미지도 없는데 지명을 변경하면 주민들이 헷갈리고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구역 실무편람에 따르면 지명을 바꾸려면 ▲혐오감을 주는 명칭 ▲어감이 좋지 않은 명칭 ▲행정구역의 변경 ▲행정 수행에 지장을 주는 명칭 ▲주민의 요구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한다. 동대문구는 이번 조사로 ‘주민의 요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조례를 개정해 동명을 변경하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후 새로운 지명이 반영된 공부(公簿)를 정리하면 지명 변경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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