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복날 개고기는 ‘옛말’…줄어드는 보신탕집
개식용종식법 시행 후 손님 한산
광주 건강원 4곳·식당 13곳 남아
"업종 변경 지원금 턱 없이 부족"

"이제 보신탕집은 몇 곳 남지 않았네요."
절기상 초복(初伏)이었던 지난 20일 오후 1시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 장을 보려는 시민들로 시장은 붐볐지만, 시장 초입 한 보신탕집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드문드문 손님은 있었지만, 대부분 보신탕 대신 염소탕을 주문했다.
30년간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서모(71)씨는 "예전엔 하루에 수십 마리씩 잡았지만, 지금은 한 마리도 못 팔 때가 많다"며 "공급처도 거의 없어져서 장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이젠 보신탕이라고 하면 눈총부터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말바우시장에는 우리 가게 하나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말바우시장은 20여 곳의 개고기 식당과 판매점이 있었다. 복날이면 가게마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광주 보신탕 식당은 10여 곳, 건강원은 4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부분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에서 보신탕을 먹으러 왔다는 70대 손님은 "파는 데가 너무 줄어 이제는 먹기도 힘들다. 어려서부터 먹어와서 그런지 개고기를 안 먹으면 허전하다"며 "돼지고기나 소고기와는 또 다른 부드러운 맛이 있다"고 말했다.
보신탕 소비 감소는 반려견 문화 확산과 식용 논란에 따른 사회적 인식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개고기 식용을 권하는 것 자체가 결례로 여겨지는 분위기탓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의 식용 목적 사육·도살 및 유통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 종식법)'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 법에 따라 오는 2027년 2월부터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하거나 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업계 반발을 고려해 3년 동안 계도기간을 두고 업종 전환 시 최대 250만원·폐업 시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현업 현장에서 이 같은 보상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씨는 "정부 지원금은 실제 전환 비용의 절반도 안 된다"며 "시설 교체와 간판 변경 등으로 수천만 원이 드는데, 어디에 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우리 가게가 보신탕을 파는 걸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연세 많은 손님들만 남아 있다"며 "정부 방침이 정해진 만큼 조만간 메뉴를 바꾸고 업종도 전환할 생각"이라고 했다.
보신탕 소비 감소는 개 사육농장과 유통 업계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개 사육농장 1천537곳 중 623곳(40.5%)이 폐업을 결정했다. 나머지는 올해 안에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역 경우, 기존 9곳 중 4곳이 폐업을 앞두고 있다. 유통업체는 2곳만 남아 을 정도다.
70대 김모 씨는 "예전에는 보신탕을 많이 먹었는데, 이젠 파는 곳도 거의 없어 맛이 비슷한 염소탕을 찾는다"며 "이미 개 사육농장과 도축장도 대부분 폐업한 상태인 데다 고령층을 제외하면 보신탕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시대 흐름에 따라 식문화도 변화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