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0장] 황룡촌 전투(191회)

남도일보 2025. 7.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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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이 말을 이었다.

"황룡촌 전투 이후 인근의 많은 젊은이들이 합류하여 대동학농민군 부대를 만들었다.이런 위세라면 어떤 폭풍도, 눈보라도 거칠 것이 없을 것인즉, 바로 강력한 군대가 형성되었도다. 이러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북상할 힘을 갖춘 것이다. 이제 비로소 왕사(王師:임금의 군대)를 가볍게 여기는 풍토까지 생겼다. 승리란 이런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출진해야지요."

이화진이 화답했다. 최경선이 집결한 군사를 눈으로 죽 훑더니 큰소리로 명령하였다.

"모든 동학농민군사는 이제 다시 행군한다. 전주성을 향해 진군이다!"

그러자 막료장들이 한결같이 자기 부대에 명했다.

"진군!"

"진군!"

드디어 다시 동학농민군이 길을 잡아 행군을 시작하였다. 공삼덕 놀이패가 앞장서서 길놀이로 대오를 이끈다. 꽹과리, 징, 북, 장구를 울리며 길을 트는 것이다. 공삼덕은 양판재를 그의 아내에게 돌려보낸 뒤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도 미친 듯이 꽹과리를 쳤다. 놀이패 뒤에는 기병대가 따르고, 그 뒤로 여러 기패관(旗牌官)들이 하늘 높이 쳐든 오색 깃발이 따르고, 뒤이어 각 부대들이 일사불란하게 풍물놀이의 가락에 맞춰 발을 착착 움직였다.

동학농민군은 한달음에 장성 갈재를 넘었다. 갈재를 넘을 제 놀이패가 빠지고, 대산 기병대가 대오를 선도했다. 긴 빨랫줄처럼 이어진 동학농민군의 대오를 보고 많은 주민들이 구경나왔다. 그중에는 대오를 향해 두 손 모아 연신 인사를 하는 아낙네가 있었고, 바가지에 물을 떠서 농민군에 전달하는 부녀자도 있었다. 어떤 늙은이는 보리개떡을 삼베에 담아 건네기도 했다. 한 젊은이가 막아서는 엄마를 제치고 농민군 대오에 합류했다.

"아가, 너는 이대 독자 외아들인디 니가 집 나가 불면 종자가 끝난다 마다. 이놈아 가들 말어라. 이 애미 죽는 꼴 꼭 봐야 하겄냐?"

그러나 아들은 말을 듣지 아니하고 다른 합류한 마을 청년들과 함께 농민군 대오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어미의 절규를 본 김석돌 군관이 그 청년에게 달려가 대오 밖으로 끌어냈다.

"엄니 말이 안 들리나?"

"나는 엄니 아들로보다 군사의 일원이 되는 것이 사는 보람인 것 같소."

청년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안된다. 동학은 가화만사성이 기본 신조다. 가정의 평화가 동학이 가르친 바, 지켜야 하는 도리이거늘 어떻게 어머니의 근심을 머리에 이고 전선에 나선단 말이냐?"

"나는 그렇게는 못하겄소. 사나이 대장부로서 나도 한 세상 흔들어보고 잡소. 이런 때가 아니면 청년으로서 해야 할 마땅한 도리가 없단 말이요."

그러면서 한마장 쯤 앞서가는 대오로 달려가 합류해버린 것이었다.

김석돌 군관을 뒤따르던 도감봉이 한마디 했다.

"내버려두쇼. 우리 농민군의 영광이오. 말리는디도 달려등개 성공한 것이오. 저런 청년들의 기백이 모이니 천하무적이 될 것 같소."

1894년 4월 24일(음력) 이렇게 황룡촌을 출발한 동학농민군은 장성 갈재를 넘어 정읍을 거쳐 태인에서 하룻밤을 머문 다음 스무닷샛날 원평에 도달했다.

젊은 전령이 지휘부로 달려왔다.

"경계망을 펼친 척후 수색병들이 첩자 세 명을 잡았습니다. 중앙에서 내려왔다는군요."

"중앙에서 내려온 첩자?"

영솔장 최경선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것들이 더 큰 소리를 치더랍니다."

"뭐라고?"

"호남에 파견된 중앙군을 위로하기 위해 내탕금을 가지고 오는 길인데 너희 도적 패들이 왜 길을 막느냐고 호통을 치더라는 것입니다."

"잡아들이라."

정예 경계 병사들이 진 밖으로 쏟아져 나간 얼마 후에 중앙에서 내려온 세 사람을 잡아왔다. 최경선 앞에 선 그들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너희 놈들 과연 도둑 패로구나. 우리가 내탕금을 가지고 온 것을 어떻게 알고 습격하려느냐? 왕실을 대신하여 내도(內道)한 특사를 잡다니, 단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