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 통 3만 원, 시금치 가격 한 달 새 2배...폭염·폭우에 밥상물가 직격탄

장재진 2025. 7.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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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이어 집중호우까지 덮쳐 물가 불안
벼·수박 등 농작물 침수 규모 축구장 4만 개
쌀값마저 작년 대비 12%↑…추수기 불안
구윤철 부총리 "생활물가 단기 안정화 조치"
21일 세종시 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양배추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세종=장재진 기자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21일 오후 세종시에 있는 한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 표정은 어두웠다. 이들의 시선은 매대에 있는 채소 가격표에 쏠렸다. 국산 배추 한 포기가 5,990원이었는데, 전달(3,458원)에 비해 43.2%나 오른 상태였다. 무심코 제품을 집어 들었다가 가격에 놀라 다시 내려놓는 손님이 적잖았다. 과일값도 만만찮았다. 수박은 한 통에 2만9,990원으로 다른 마트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지만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엔 부담스러웠다. 주부 신모(60)씨는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채소, 과일값이 2배는 오른 것 같다. 갈수록 장을 보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올여름 이른 폭염에 물폭탄 수준의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주요 식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수박과 멜론은 제철 과일 수요까지 더해져 당분간 높은 가격이 이어질 전망이다. 집중호우로 벼 피해가 심각했는데, 올해는 쌀값마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수해로 인해 불안정해진 생활 물가를 단기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전남 영광군 군서면 비닐하우스가 폭우에 침수돼 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6일부터 20일까지 집중호우로 벼 등 농작물 2만8,491헥타르(㏊)가 침수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축구장(0.714㏊) 약 4만 개에 이르는 크기로, 벼(2만5,065㏊)와 논콩(2,050㏊)에 피해가 집중됐다. 고추(227㏊), 멜론(140㏊), 수박(133㏊), 딸기(110㏊), 쪽파(96㏊), 대파(83㏊) 등도 피해 규모가 컸다. 가축은 닭 142만9,000마리, 오리 13만9,000마리, 돼지 855마리, 소 678마리 등 157만 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에 이은 폭우로 농산물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박 1개 소매가격은 3만1,374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48.6% 급등했다. 1년 전과 비교해도 44.3% 올랐다. 참외 10개 가격 역시 1만7,379원으로 1년보다 12.4% 올랐다. 더위에 취약한 작물들은 어김없이 고공행진 중이다. 배추는 한 포기에 5,240원으로 한 달 전보다 50.1%나 올랐고, 시금치 100g은 1,969원으로 전월 대비 130%나 뛰었다.

2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쌀 가격도 오름세다. 쌀 20㎏ 가격은 5만9,641원으로, 지난해보다 12.2% 상승했다. 정부는 집중호우로 침수된 논에 물이 빠지면 벼 생육에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벼가 물에 잠기면 수확량이 줄고, 병해충 발생 확률은 커질 수밖에 없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기획조사팀장은 "벼 침수 피해가 지금 당장의 쌀값에 변화를 주지는 않더라도 추수 시기와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폭염과 폭우가 더욱 맹위를 떨쳐 밥상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물가 상승분의 10%가량이 이상기후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연간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0.4%, 축산물은 0.7% 올랐다. 지난해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의 수)는 33일을 기록,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극심했다.

정부는 당분간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박과 멜론, 쪽파 등의 수급 불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격이 상승한 품목에 대해선 할인 지원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노호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예관측실장은 "기후변화로 농산물 생산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는 이상기후에 대비해 중장기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품귀 현상이 우려되는 작물을 사전에 비축하는 전략이 필요하고 저장시설을 개발하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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