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소화기와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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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에 종사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처음엔 웃어넘기지만, 생각할수록 이 말이야말로 보험의 본질을 가장 잘 짚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낼 아이의 건강과 혹시 모를 사고가 가장 걱정인 것 같아, 아주 기본적인 보험 상품 몇 가지를 추천해 줬다.
소화기가 있다고 일부러 불을 내지는 않듯이, 보험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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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에 들었는데, 사고도 없고 아픈 데도 없으면 손해 아닌가요?"
보험업에 종사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처음엔 웃어넘기지만, 생각할수록 이 말이야말로 보험의 본질을 가장 잘 짚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대부분 뭔가를 '얻기 위해' 소비한다. 커피 한잔의 여유, 마음에 드는 옷, 여행의 설렘, 혹은 주식처럼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까지. 그런데 보험은 다르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에 대비해 소비하는, 어찌 보면 역설적이고 그래서 더 인간적인 독특한 상품이다. 사고나 질병처럼 오지 않기를 바라는 일에 돈을 쓰는 일, '사건의 부재'를 목적으로 하는 소비는 아마 보험이 유일하지 않을까.
매달 빠짐없이 보험료를 내고도 몇 년 동안 보험금을 한 번도 청구하지 않았다면, 괜히 손해 본 기분이 들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쓴 돈'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예전에 평생 지방에서 살던 지인의 자녀가 서울로 대학 진학을 하게 됐다며, 뭘 준비해줘야 할지 물어 온 적이 있다. 낯선 곳에서 혼자 지낼 아이의 건강과 혹시 모를 사고가 가장 걱정인 것 같아, 아주 기본적인 보험 상품 몇 가지를 추천해 줬다. 그리고 최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지인은 "그때 추천해 준 보험 덕분에 아이가 다치거나 아팠을 때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를 받으며 건강하게 대학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그 어떤 조언보다 유익했다는 감사의 말을 전해 왔다. 보험의 본질적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고마운 순간이었다.
보험은 평소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인생의 고비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어쩌면 집 안 구석에 조용히 놓여 있는 소화기와도 닮았다. 소화기가 있다고 일부러 불을 내지는 않듯이, 보험이 있다고 해서 일부러 아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화기처럼 보험 역시 '쓰임이 없을수록' 오히려 좋다. 그동안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다는 건 그만큼 삶이 평온했다는 증거다.
보험이 제공해야 하는 가치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보험의 미래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예방'과 '관리'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다. 고객의 건강한 현재를 지키고, 더 건강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보험의 다음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건강 예측 서비스, 운동 및 식습관 개선 프로그램, 비대면 건강 상담 서비스 등은 고객의 질병을 '미리 발견'하고 '덜 아프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다. 보험은 이제 단순한 위기 대응 수단이 아니라 일상의 리듬을 조율하는 능동적인 파트너가 돼야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아깝게만 느껴졌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짧은 망설임을 넘겼기에 이후 생길지 모를 더 큰 걱정과 불안을 떨쳐낼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보험료를 '아까운 돈'이 아니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불확실한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의 투자'로 여겨 줬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보험은 사고도 없고 아픈 데도 없어 '손해 보는 소비'가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 든든한 '소화기'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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