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우려스러운 中의 ‘공급망 무기화’

세계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치열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진 카드가 군사력과 관세라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희토류로 맞서는 모양새다. 두 고래의 싸움에 중국산 희토류가 절실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의 등이 터질 지경이다.
중국은 수출통제화를 통한 광물 공급망의 무기화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20년 특정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법을 실시한데 이어 2023년 희토류 기술 수출을 금지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희토류 관리법의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확대되면서 희토류 공급을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통제, 6월 미중 런던합의 때도 희토류 수출통제가 미국의 최대 대중 견제 수단인 반도체 제재를 완화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2010년 일본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 당시 중국이 대(對)일본 희토류를 통제하자 며칠 만에 중국 측 요구사항을 무조건 수용한 바 있다.
중국의 필수광물 장악력은 일반적인 예상을 크게 상회한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44개 광물 중 30개가 중국이 최대 생산국이다. 특히 희토류의 경우 정·제련 기술을 약 90%를 독점하면서 중국산 희토류가 없으면 제조를 할 수 없다는 말조차 나온다.
중국은 반도체 소재(갈륨) 뿐 아니라 합금(텅스텐), 의약품(마그네슘) 등 대다수 첨단산업에 쓰이는 원자재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유한다. 미국산 무기 중 78%가 중국의 수출통제 광물(텅스텐·안티몬 등)을 주요 소재로 사용 중이다. 희토류의 중국 생산비중은 69%로 3년 연속 상승했으며, 디스프로슘 등 중희토류는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희토류 기술 점유율은 분리 공정의 87%, 정제의 91%를 차지해 생산(69%)을 크게 상회한다. 중국의 희토류 관련 특허는 2만6000건으로 일본(1만4000건), 미국(1만건)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도 희토류의 약 10%를 생산하고 있으나 자국 생산량의 3분의 2 가량을 다시 중국에 수출해 정련을 맡기는 등 기술력을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최근 중국은 희토류를 원료보다 영구 자석, 전기 모터 등 고부가 상품의 형태로 가공 수출하는 등 기술우위를 발판으로 첨단공급망 지배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 리스크가 높은 326개 품목(HS 6단위 기준) 중 중국은 과반 이상인 190개를 독점하고 있다. 이가운데 태양광 관련 3개 부품, 리튬배터리, 희토류 영구자석 등 5개 첨단 품목은 중국이 절대적 독점력을 가진다. 10대 주요 산업 분야 중 7개를 중국이 점유하는 가운데, 태양광 부품·배터리 등 일부 중간재는 대체가 원천 불가능한 상태다. 중국의 글로벌 중간재 생산비중은 40%, 최종재 생산비중은 20%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대중 수입의 약 40%가 대체불가능하며, 대다수 하위부품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총 17개 업종(8대 신산업과 9개 미래산업)에 대해 세계 1위 달성을 통해 국제 표준을 주도하겠다는 장기 전략을 담은 ‘표준 2035 전략’을 수립, 글로벌 기술표준 점유를 겨냥해 베이징·선전 등에 광대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한편, 딥시크 등 자국 AI 모델의 해외 전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수급 비대칭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공급망 독점 범위를 차세대산업·데이터 클라우드까지 확대함에 따라 주요국의 탈중국 시도가 제한되면서 공급망 무기화 전략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향후 글로벌 필수광물 수요가 5배 이상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의 광산 투자뿐 아니라 기술 우위도 굳어지면서 독점 구조가 10년 이상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생산에서도 중국 점유율이 2024년 27%에서 2030년 45%로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공급무기화 품목의 외연도 6G, 반도체 등으로 넓혀갈 소지가 크다. 중국은 현재 60개 이상의 신흥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 중으로, 중국식 기술시스템을 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 클라우드의 글로벌 설치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44개 핵심 원자재 중 중국이 19개의 최대 수입국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19%로 미국 11%, 일본 9%, 독일 8% 등 주요국을 크게 웃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실리콘·희토류·텅스텐·게르마늄·형석·갈륨 등 핵심 원자재 6종 모두를 중국에 최대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흑연·게르마늄·희토류 등을 반년만 통제해도 연간 반도체 수출액이 약 10% 감소할 것이란 분석(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있다.
김기봉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주요국 중 가장 높아 다변화 정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며 “현실적 어려움도 감안해 중국과의 공급망 안정을 위한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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