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만에 '살인 허위 자백' 사죄… "나 때문에 진범 단죄 못했다"

최동순 2025. 7. 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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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발생한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7년간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민형(48)씨가 재심 청구에 앞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수감 생활 중인 이씨가 자신에게 보낸 옥중 서한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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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 범인' 이민형씨
재심 청구 앞두고 옥중 편지… "평생 죄송하다"
DNA·지문·흉기 없는데 '유죄'… 警 고문 흔적
변호인 "재심 사유 차고 넘쳐… 내달 재심 청구"
1998년 1월 살인 사건이 발생한 대구 남구 장미비디오 가게 전경(왼쪽 사진)과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민형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1998년 발생한 '장미비디오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7년간 옥살이를 하고 있는 이민형(48)씨가 재심 청구에 앞서 피해자의 유가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경찰의 고문 등으로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자신이 "내가 살인범"이라는 거짓 자백을 한 탓에, 진짜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 버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재심 사건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수감 생활 중인 이씨가 자신에게 보낸 옥중 서한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조만간 재심 청구를 할 예정인 이씨는 편지에서 "자격 없다고 생각되지만 너무 죄송스럽고 염려가 된다"며 피해자 유족에게 미안해하는 마음을 풀어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가 20일 공개한 이민형씨의 옥중 편지 중 일부 내용. 박 변호사 페이스북 계정 캡처

"재심에 '그날' 떠올릴 유족들께 너무 죄송"

일단 자신의 재심 청구가 유족에게는 또다시 '가족을 잃은 그날'을 상기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씨의 사과 이유였다. 그는 "그분들(유족)에 대한 감정은 잠시 미루고 제 일, 재심에만 먼저 집중하자고 생각했으나 그게 또 그렇게만 되질 않는다"며 "저도 이렇게 과거와 마주하는 게 너무 힘든데, 저로 인해 다시 그날 일들을 떠올려야 하는 그분들 마음과 고통이 어떨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씨가 유족에게 '용서'를 구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저로 인해, 진범을 잡아 단죄할 수 있는 그 중요한 순간을 잃어버리게 했다는 것 자체는 어떻게 해도 갚을 수 없는 너무 큰 죄"라고 털어놨다. 이어 "죄송스러움을 평생 갚아 나가야 하겠지만, 언제 어느 때든 그분들께 직접 사죄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1998년 1월 3일 대구 남구 소재 '장미비디오' 가게에서 30대 여성 점주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고 27년 동안 복역 중인 무기수다. 당시 경찰은 대구 일대를 배회하던 탈영병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가 지니고 다녔던 각종 흉기와 절단기, 강도·절도 범행 전력 등에 주목했던 것이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불리는 박준영 변호사. 홍인기 기자

"경찰 고문·언론 주목에 삶 포기하려 허위 자백"

경찰은 집요한 추궁 끝에 이씨로부터 '살인 자백'을 받아냈다. 군사법원의 1심 재판에서도 그는 범행을 시인했다. 그러나 최근 이씨가 "당시 자백은 허위였다"고 주장하고 나서며 '재심 분위기'가 형성됐다. 19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이씨는 제작진에게 "장시간 잠을 자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관들이 각종 고문을 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젊은 날의 방황으로 탈영에다, 강도·절도까지 저질렀던 자신의 앞에 '이민형=살인범'을 확신하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삶을 포기하려는 심정으로 허위 자백을 해 버렸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이씨의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8년 당시 살인 사건 현장에서 그의 지문이나 유전자정보(DNA), 흉기 등 직접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울러 이 사건 수사팀 관계자도 SBS 제작진에게 "이민형은 나한테도 몇 번 맞았다"며 가혹 행위를 일부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유일하게 범행을 목격한 피해자의 자녀 A(당시 6세)씨가 했던 진술이 '증거'였지만, "어린이가 받았을 충격을 감안하면 '편집된 기억'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박 변호사 역시 페이스북에서 "재심 사유는 차고 넘친다"며 "다음 달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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