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자녀 스트레스 어쩌나…부모도 방학이 필요해!!

한겨레 2025. 7.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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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번아웃 예방하려면
육아 번아웃은 단순 피로와 달라
방치하면 무관심, 폭력으로 이어져
의식적으로 나만의 시간 확보하고
부모상담 서비스 이용해 회복해야
클립아트코리아

9살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오민지(37) 씨는 최근 몇 달 동안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충분히 잠을 자도 이전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은 무기력하고 즐겁지 않다. 최근에는 아이가 카페에서 주스를 쏟자,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사소한 일에도 부쩍 감정 컨트롤이 되지 않고 감정적 대처가 앞서는 자신을 보면서, 오씨는 위험 신호를 감지했다.

아이 돌보며 소진되어가는 보호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큰 행복이지만, 동시에 육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큰 에너지가 소모된다. 특히 현대사회의 부모들은 양육에 더 많은 에너지와 열정을 쏟으며 정작 자신은 돌볼 겨를이 없어 소진돼 간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이를 양육하다 보면 누구라도 번아웃을 겪을 수 있다.

번아웃(Burnout)이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타버린' 상태를 의미한다. 1970년대 미국의 정신분석가 허버트 프로이덴버거가 정신건강 센터에서 과도한 직장 스트레스로 정신적 문제를 겪는 직원들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양육 번아웃, 혹은 부모 번아웃은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번아웃을 겪는 것으로 육아 피로와는 차원이 다른 현상이다. 며칠 푹 쉬면 회복되는 일반적인 피로와 달리, 번아웃은 충분한 휴식을 취해도 극심한 피로감이나 무기력감이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번아웃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인 직업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의했는데, 양육 번아웃은 양육이라는 ‘업무'에서 오는 만성적 스트레스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번아웃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회복 가능성' 때문이다. 번아웃 초기에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도움만으로도 상당 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번아웃이 깊어질수록 빠져나오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번아웃이 악화될 경우 그 영향은 보호자 자신뿐 아니라 아이를 향하게 된다. 초기에는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지 않거나 짜증이 늘어나는 정도에 그치지만, 심해지면 무관심, 방임, 심지어 폭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번아웃의 신호를 조기에 감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양육 번아웃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만성피로와 전신 무력감이 있다. 침대에서 벗어나기 싫고, 비교적 편안했던 아이와의 놀이도 버겁게 느껴진다면 경고 신호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타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누구나 힘든 날이 있고 육아가 버거울 때가 있지만, 번아웃은 이런 감정과 상태가 만성화된 것을 의미한다.

면역력이 떨어져 잦은 감기에 시달린다거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및 증가라는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야식을 자주 먹거나, 알코올에 중독되거나, 쇼핑을 과도하게 하는 중독 역시 번아웃을 의심해볼 수 있는 징후다.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다. 아이를 향하는 마음 자체가 냉소적으로 변한다거나 이전에는 즐거웠던 상황에도 피곤하다는 생각만 든다면 위험 신호다.

사랑으로 돌보다 탈진하면 어떻게 회복할까?

번아웃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부모들이 겪는 번아웃에 대해 상세하게 다룬 책 ‘부모 번아웃’ 역시 “자기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감정의 기폭제와 감정의 심층적 원인을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라며 감정 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나를 위한 시간 확보가 필수다. 육아와 살림, 일로 꽉찬 일과라도 ‘틈새 시간'을 활용하고 ‘작은 성공'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이가 낮잠 자는 시간에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확보해보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명상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긴 휴가보다는 짧아도 빈도를 높여 휴식을 취하고 환기를 하는 것이 번아웃 회복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특히 수동적 휴식보다는, 육아와 관련되지 않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 주말에는 배우자와 교대로 아이를 보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무엇보다도 혼자서 감당하고 극복하려 애쓰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힘든 점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배우자, 친구, 가족에게 솔직하게 힘든 감정을 털어놓아 보자. “나 요즘 너무 힘들어” “도움이 필요해”라고 말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닌 자신을 돌보고 회복하려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시터 서비스나 아이 돌봄 서비스, 가사 대행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번아웃일 때 아이와 어떻게 소통할까?

번아웃으로 지쳐 있을 때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감정적으로 대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자책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는 지금 힘든 상태이고, 그럴 수 있다'라는 인식을 갖고 아이에게도 솔직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이라면 “엄마가 좀 힘들어서 지금은 같이 못 놀아줄 것 같아. 30분만 쉬고 나서 같이 놀자”와 같이 짧고 명확하게 설명하자.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을 생각보다 잘 알아차린다. 무작정 짜증을 내는 것보다 솔직한 설명이 오히려 아이의 혼란을 줄여준다.

“아빠가 지금 힘든데, 혼자 책 읽을래? 아니면 옆에서 그림 그릴래?”와 같이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는 아이의 자율성을 길러주는 동시에 부모에게 잠시의 여유를 준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틀어주고 즐기게 해도 괜찮다. 죄책감을 가지며 미디어 사용을 너무 제한하기보다는, 잘 활용해서 보호자가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낫다.

만약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했거나 적절하지 않은 화를 냈다면, 진정한 후에라도 사과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아까 화내서 미안해.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이해하고, 부모의 실수와 회복 과정을 통해 건강한 감정 조절도 배우게 된다.

지자체 및 육아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부모 대상 심리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면 육아에 지친 보호자가 심리적 회복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족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별 서울시가족센터

전문가·사회적 지원 적극 활용하기

무엇보다 번아웃을 혼자 감당하거나, 개인의 의지로만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일상생활 및 양육에 지장이 가거나, 두통이나 불면증 등 신체 증상까지 동반한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정신과 진료 및 심리상담을 적극적으로 이용해도 좋고, 관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부모 대상 심리 상담 서비스를 찾아볼 수도 있다. 다행히 지자체 및 육아 관련 기관에서 보호자의 심리적 지원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시 및 서울시가족센터는 육아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 25개 자치구 가족센터와 협력해 상시 가족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상담은 서울시민 및 서울생활권자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기본 6회기 상담이 무료로 진행된다. 대면, 전화, 화상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가족센터 누리집(https://familyseoul.or.kr)에 접속하면 각 자치구 센터에서 진행하는 부모 마음 돌봄 프로그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8월26일에는 강남구 가족센터가 ‘엄마 마음 돌보기, 아이 마음 헤아리기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부모 상담 및 일반 심리 상담을 지원하는 각 지역 보건소, 육아종합지원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의 문을 두드려볼 수도 있다.

‘부모 번아웃-이유 없이 울컥하는 부모를 위한 심리학’은 전 세계 45개국 부모 3만여 명을 인터뷰해 부모 번아웃의 원인과 증상 및 해결책을 담았다.

‘부모 번아웃-이유 없이 울컥하는 부모를 위한 심리학’(모이라 미콜라이자크, 이자벨 로스캄 저, 김미정 옮김, 심심 출판)은 벨기에 루뱅 가톨릭 대학교의 심리학부 교수인 모이라 미콜라이자크와 이자벨 로스캄이 과도한 피로감에 소진된 부모들을 위해 쓴 책으로, 전 세계 45개국 부모 3만여 명을 인터뷰해 부모 번아웃의 원인과 증상 및 해결책을 한 권에 담았다. 번아웃을 자가 진단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부터 일상에서 시도할 수 있는 회복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번아웃 위기를 겪는 보호자가 읽어볼 만하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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