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만 쌓아둔 제방... 10개 마을 삼킨 예산 성리천 제방 붕괴는 '인재'

윤형권 2025. 7. 2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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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개 마을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충남 예산군 성리천 제방 붕괴 사고를 두고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압이 높고 유속이 빠른 하천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단순히 흙으로만 제방을 쌓았고, 부실한 제방을 우려한 주민들의 경고에도 예산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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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수압·빠른 유속' 위험구간 제방
석축 등 보강 없이 흙으로만 쌓아
"무너질 수 있다" 주민 경고 묵살
전문가 "지방하천 대대적 정비 시급"
지난 17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성리천 하류의 제방 둑이 무너져 농경지와 마을이 침수됐다. 예산=윤형권 기자

10여 개 마을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충남 예산군 성리천 제방 붕괴 사고를 두고 예고된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압이 높고 유속이 빠른 하천의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단순히 흙으로만 제방을 쌓았고, 부실한 제방을 우려한 주민들의 경고에도 예산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부실한 제방 붕괴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오송 참사'와 닮은꼴로 확인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안이한 재난행정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21일 예산군과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벽 폭우로 삽교읍 성리천 제방 약 80m가 무너지면서 하포리, 별리, 성리 등 하천 주변 10여 개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3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마을과 농경지가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기르던 소 수백 마리도 폐사했다.

이 제방에서는 하천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예산군이 지난해부터 445억 원을 들여 성리천 총 4.9㎞ 구간을 정비 중인데,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계룡건설산업이 공사를 맡고 있다.

문제는 붕괴된 곳이 삽교천과 만나는 구간으로, 수량이 많고 물살이 빨라 다른 구간보다 더 튼튼한 시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장 확인 결과 무너진 제방은 흙만 쌓아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석축이나 콘크리트 구조물 등 보강공사는 없었다.

더욱이 이 구간은 지난해 7월 폭우 피해를 입었을 당시 보강공사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곳이라고 한다. 당시 400㎜가 넘는 호우에 성리천 본류인 삽교천 둔치 체육공원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삽교천과 만나는 성리천 제방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예산군은 설계 재검토나 보완 조치 없이 기존 계획을 밀어붙였다.

예산군 관계자는 "하천정비 공사를 통해 제방 높이를 계획 홍수위보다 1.2m나 높였는데도 제방이 무너졌다"며 "워낙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렸기 때문이지, 설계나 공법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현장 감리단 관계자는 "흙으로만 제방을 쌓는 흙다짐 공법이 맞다. 콘크리트나 돌망태 같은 보강재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제방 붕괴는 공법의 문제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극한 폭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을 전수 조사해 안전 사고를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하천 대부분이 하천 특성을 무시한 설계와 지자체의 안이한 관리로 자연재해 위험에 놓였다는 것이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흙제방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유실되거나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천 범람의 원인 중 상당수가 제방 유실에서 비롯되는 만큼, 흙제방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과 보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방하천은 국가하천에 비해 관리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며 “국가 차원에서 지방하천 실태를 전면 조사하고, 안전한 제방으로 재정비하는 대대적인 사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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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폭우로 제방이 붕괴된 성리천 정비사업 구간과 침수 피해를 입은 지역(충남 예산군 삽교읍 하포리 일대). 토지 보상 지연으로 실제 공사는 2024년 상반기부터 시작됐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예산=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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