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권의 K사상적 의미와 과제

신정부의 시작과 함께 나라 전체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무너진 정의, 흔들리는 상식, 피폐한 민생의 현실 속에서 간절한 마음을 담은 국민의 선택이 주효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퇴행의 벼랑 끝에서 시민들이 건져 올린 마지막 희망이며, 집권 그 자체로 한국 민주주의가 염원하는 국가 개조에 대한 최후의 통첩임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이번 선택은 단순히 "잘해보라"는 격려를 넘어, "이제는 반드시 해내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생 회복, 사회안전망 재건, 기득권 구조 해체, 그리고 교육 개혁의 과제는 역사적 채무의 상환 목록이다. 그 채무를 회피하는 순간, 시민은 다시 거리로 나올 것이며, 그것은 반복되는 과거가 아니라 다가올 현실이다.
시민의 선택, 저항의 계보 위에 서다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의미가 깊다. 그것은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권력의 오만과 폭주를 막아낸 시민들이 스스로 만든 정치적 결실이다. 우리 민주주의는 거대한 저항과 각성의 연속 위에서 한 걸음씩 전진해왔다. 이 정신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동학농민혁명, 3·1운동, 4·19혁명, 5·18민주항쟁, 6월 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최근의 '빛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신적 전승의 산물이다. 한국인의 정신 곧 K사상은 늘 절망 속에서 길을 내고,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왔다. 이제는 그 정신을 계승하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K사상을 제도화하고, 구체적인 구조 속에 뿌리내리게 해야 할 시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권 역시 '기회를 잃은 정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K사상을 억눌러 온 수구 카르텔의 실체
한국 민주주의가 늘 흔들려 온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권력에 부역하며 특권을 누린 집단은 해방 이후에도 청산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권력의 주변에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그들은 권위주의 정권에 협조하고, 군사 독재와 유착하며, 오늘날까지 언론, 검찰, 고위 관료, 재벌을 연결하는 기득권 카르텔로 살아남아 있다. 이 구조는 공공성을 저해하고, 국민을 계급화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지속적으로 훼손해왔다. 12·3 내란 음모는 그런 구조가 얼마나 깊고 치밀하게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일탈이 아니라, 구조화된 반민주 세력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이런 수구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는, 그 어떤 개혁도 뿌리내릴 수 없고, 민주주의 역시 언제나 위태롭다.
교육 시스템, 엘리트 카르텔의 심장
기득권 카르텔의 재생산은 다름 아닌 한국의 교육 시스템 속에서 이루어졌다. 학벌 중심 사회는 인간을 키우기보다 줄 세우는 방식으로, 특정 계층이 권력을 독점하는 구조를 반복적으로 만들어 낸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출신 지역, 입시 결과에 따라 삶은 조기에 고정되고, '기회'는 점점 불평등해진다. 교육이 더 이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아닌, 계급 고착의 장치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헌법 제1조가 지향하는 민주공화국의 현실을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를 10개 만든다'는 단순한 접근만으로는 비정상적인 교육구조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학벌을 중심으로 구축된 사회 전반의 서열화된 체계이며, 그 핵심에는 입시 중심의 인간 평가 시스템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사회 개혁을 원한다면, 이런 불의한 교육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조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입시 개혁, 공교육 강화, 특권학교 해체, 지역 간 교육 균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 사회의 전제 조건이다.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K민주정부'로 기억되기를 원한다면, 기득권 구조 전반에 대한 해체와 개혁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검찰, 언론, 교육, 그리고 재벌 개혁은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생존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지금 시민이 바라는 건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다. 혁신 없는 정치는 형식적인 민주주의일 뿐이며, 시민의 기대를 배반하는 일이다. 한국인의 혼이 담긴 K사상이 지금 이 정부에 요구하는 건 단 하나다. 재거나 망설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거침없이 개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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