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입식 교육 vs 전문가 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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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주입식 교육'이라는 말이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주입식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경시하게 된 배움의 과정이 있다.
단순히 외우는 것을 강요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대안이 배움의 과정을 단순화한데다 AI의 생성물을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더 큰 문제다.
말콤 글래드웰이 '블링크'에서 말했듯이, 전문가들은 수년간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무의식적인 '감'을 기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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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나 |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원
·데이터 과학자
요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주입식 교육’이라는 말이 쉽게 비판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 ‘주입식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경시하게 된 배움의 과정이 있다. 진지하게 배우는 자세, 체화하려는 노력, 반복을 통해 정복해가는 과정 등이 그렇다. 이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람의 배움에서는 꼭 필요하다. 단순히 외우는 것을 강요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 대안이 배움의 과정을 단순화한데다 AI의 생성물을 소비하는 방식이라면 더 큰 문제다.
대안으로 ‘mastery’, 곧 한 분야의 달인이 된다는 개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저 관련 정보를 많이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몸에 익히고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수준을 말한다. 어떤 분야든 진정한 실력은 단순한 지식의 나열로 완성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요리를 생각해보자. 유튜브에서 수십 개의 레시피 영상을 본다고 해도, 재료를 맛보지 않고, 실제 요리를 해보지 않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마무리까지 해보지 않고 진짜 요리사는 될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과거의 교육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 나머지, 배우려는 분야에 숙련가가 되려는 체계적인 노력보다 문제 풀이나 단순화된 경험을 선호하는 추세를 교육에서도 많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재미있게, 쉽게, 배웠다는 느낌만 들도록 디자인하려 노력하고, 그러다 보니 배우는 과정이 어려우면 그것이 적성이 아니라는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아무리 적성이 있더라도 전문인이 될 수 없다.
오늘날 진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AI와 협업하며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블링크’에서 말했듯이, 전문가들은 수년간의 경험과 학습을 통해 무의식적인 ‘감’을 기르게 된다. 이 ‘감’은 챗GPT의 답변을 몇 번 읽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을 기르면서 그런 ‘감'도 갖춘 이들은 AI가 틀린 답을 제시할 때에도 그것을 재빨리 구분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진다. 결국 전문성은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완전히 체화해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지금 세상은 그런 전문인을 양성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 많은 지식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오히려 전문성을 갖추기는 힘들다는 것이 슬픈 역설이다. 우리는 슬로푸드보다는 패스트푸드를, 긴 책보다는 숏폼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었고, 전공 하나를 선택하기에는 너무나도 빨리 시대가 변하고 있으므로 내가 선택을 잘못한 것은 아닌가 불안해하며 집중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시대일수록 깊이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더욱 필요하다. 어떤 분야든 깊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결국 AI시대의 수혜를 완전히 받을 수 없다. 빠르게, 쉽게 배운 것은 빠르게, 쉽게 잊힌다. 진짜 배움은 시간을 들여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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