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 호우·산불 피해로 ‘복합 기후재난’ 닥친 산청…“재난 반복될 수 있다”

오경민 기자 2025. 7. 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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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상능마을에 21일 주택이 붕괴해 있다. 한수빈 기자

지난 16일부터 700㎜ 이상 비가 쏟아진 경남 산청에서 최소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봄 산불로 약해진 토양에 폭우가 덮쳐 대형 재난을 만들어냈다.

산청에는 16일부터 많은 비가 온 데다 19일에는 국지성 호우까지 겹쳤다. 국지성 호우는 산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16일부터 산청에 온 비는 무려 701.6㎜(시천면 793.5㎜)다. 19일에는 하루 만에 352.8㎜의 비가 쏟아졌고 이날 시간당 최다 강수량은 66.8㎜에 달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시간당 30㎜, 일 강우량 150㎜, 연속강우량 200㎜ 이상일 때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보는데, 산청은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북태평양고기압과 찬 공기가 남부지방에서 만나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긴 띠 형태의 강수대가 만들어진 가운데, 남부에서 유입되는 뜨거운 수증기가 지리산에 부딪혀 더 많은 비를 내렸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지난봄 입은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도 산사태에 영향을 미쳤다. 산청에서는 지난 3월 산불로 1158㏊ 가까운 산림이 훼손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 피해지의 산사태 발생 비율은 20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건강한 숲에서는 나뭇잎과 낙엽층이 빗물 충격을 막아주는 ‘우산효과’, 나무뿌리가 토양을 잡아주는 ‘말뚝 효과’와 ‘그물 효과’ 등이 나타나는데 산불 피해지에서는 그 효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산불이 훑고 간 지역에서는 토양이 물리적 성질이 약해져 빗물이 흙에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곧장 흘러내려 많은 토사량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산불과 국지성 호우가 겹쳐 일어난 이번 산사태 같은 재난이 앞으로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 호우와 대형 산불 위험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규모 재해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극한 호우’는 증감을 반복하지만 전반적으로 우상향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연 강수량도 1414㎜로 평년 수준에 머물렀지만 시간당 80㎜ 이상 비가 내린 횟수는 31회에 달하는 등 지역별로는 기록적 폭우가 잦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철 이상 고온은 산불 위험도 키운다.

한번 산사태를 겪은 지역은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 재난에 대비하는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은 토층과 암반층이 불안정해져 비가 오면 비가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다시 토양이 유출되는 양이 증가해 토양침식과 계곡 침식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이우균 고려대 환경생명공학과 교수는 “다가오는 가을 태풍 때는 물론이고, 내년 여름에도 이번 같은 폭우가 올 수 있다. 더욱더 기준을 높여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며 “산사태 위험지역과 침수 위험지역을 따로 관리할 게 아니라 산사태와 침수를 엮어 보다 큰 유역 단위로 재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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