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서구의 한 주민이 이날 발급받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소비쿠폰 신청 첫날
“장도 보고, 식구들하고 외식하는데 쓸까 합니다.”
“오늘 받은 쿠폰으로 그동안 챙겨주지 못한 후배들 소주라도 한 잔 사주려고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하 소비쿠폰) 신청 첫날인 21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민센터. 이날 오전 9시 주민센터 문이 열리자마자 모여든 동네 주민들로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소비쿠폰 신청 첫날부터 몰려든 이른바 ‘소비쿠폰 오픈런’이다.
2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민센터 3층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으려는 주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주민센터 밖으로는 20개의 대기석까지 배치됐다. 이날 오전 중에만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받아간 주민들만 130여명. 선불카드로 받은 소비쿠폰은 이날 수령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주변 상권에선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았다.
이날 염창동 주민센터 소비쿠폰 신청 현장에서 만난 민희성(가명, 85세)씨는 “이거 받으려고 강원도 세컨하우스에서 올라왔다”라며 “소비쿠폰으로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여서 점심 한끼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이난희(가명, 50대)씨는 소비쿠폰 사용 계획을 묻자 “식구들과 외식하러 가서 좋은 것 좀 먹어야겠다”고 답했다. 옆에 있던 한 여성도 “이왕이면 우리가 안 가도 장사 잘 되는 식당은 말고, 시원찮은 곳에서 써줘야 할 것 같다”고 거들었다.
소비쿠폰을 수령하고 나서려던 한 주부는 선불카드를 보여주며 “시장과 마트에서 장 보는데 쓸 거다”고 말했다.
소비쿠폰에 거는 소상공인들의 기대도 커졌다. 이들은 소비쿠폰이 치솟는 물가에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다시 열어 줄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21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임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21일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연계 할인 상품을 홍보하기 위한 표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newsnews@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는 “오늘부터 소비쿠폰 관련 홍보를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오후엔 편의점 본사에서 소비쿠폰 연계 기획상품을 넣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치, 삼겹살, 도시락, 즉석밥 등 구매 빈도가 높은 제품은 기존 판매가는 물론 온라인보다도 싸게 살 수 있게 준비했다”며 “소비쿠폰이 위축된 소비 심리를 풀어주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를 앞둔 정육점에도 기대감이 감돈다.
서울의 한 정육점 사장은 “고기는 한 번 살 때 3만~4만원씩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같은 정육점이 소비쿠폰 혜택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소상공인들이 체감을 하려면, 소비쿠폰을 짧은 기간에 다 쓰게 해야하는데 이번 것은 사용 기간이 너무 길다”라고 언급했다. 소비쿠폰 사용 기간은 올해 11월 30일까지로, 이날부터 4개월여 기간을 두고 쓸 수 있다.
안경점도 소비쿠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안경점 대표는 “코로나19때 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고객이 많이 늘었었고, 지원금으로 40만~50만원이 넘는 꽤 비싼 안경도 맞추고 갔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식당 사장들 사이에서는 밥집이나 분식집보다는 객단가가 높은 고깃집이 소비쿠폰 효과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에서 밥집을 하는 김영란(가명·50대)씨는 “어렵게 지급된 돈인데, 손님들이 평범한 밥집에서 식사하는데 쓰겠나”라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지급됐을 때처럼, 고깃집같이 큰 마음먹고 외식하는 데에 소비쿠폰을 쓰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은행도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려 북적였고 카드사 앱은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하나은행 한 지점 관계자는 “영업 개시 전부터 고객들이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며 “신청 요일제를 모르고 온 주민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신청도 몰리면서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 앱에서는 접속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서버를 미리 증설해 놨는데도 순식간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일부 접속 지연 사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 앱에서도 ‘접속자가 많아 일부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구가 안내됐다.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을 방문해 소비쿠폰 지급 시스템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시스템 안정성에 신경써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차관은 “2021년 상생국민지원금 지급 당시 첫 주 신청자가 지급 대상자의 68.2%에 달했던 점을 감안해 시스템 초기 안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