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법률 AI, 새로운 길 개척할 때

2025. 7. 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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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단순한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글로벌 영향력과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다”

이는 최근 발간된 유네스코(UNESCO)의 보고서에 실린 말이다. 실제로 AI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친 혁신을 넘어 각국의 정치·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전략적 무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AI 기술 패권 선두주자인 미국은 올해 초 AI 혁신 가속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달 중 AI 관련 행동 계획 실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AI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며 AI 혁신과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AI 100조원 투자 시대'를 선언한 정부는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AI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AI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소버린 AI'다.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 역량을 갖춤으로써 외국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AI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자적인 초거대 AI 모델(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산업별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버티컬 AI' 육성도 필요하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는 해당 분야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정밀하게 반영해 최적의 답변을 제공하도록 설계된다. 산업 고유의 데이터로 '깊은 학습'을 통해 개발되는 버티컬 AI는 법률, 금융, 의료 등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며 각광받고 있다.

◇법률 분야에 거세게 부는 버티컬 AI 바람

법률은 버티컬 AI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이미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법률 특화 AI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미국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Harvey)다. 2022년 설립된 하비는 LLM을 기반으로 법률 AI 서비스 '하비 AI'를 출시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올해 2월 3억달러(약 4174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3억달러를 추가로 투자 받았다. 기업가치는 4개월 만에 30억달러(약 4조1748억원)에서 50억달러(약 6조9580억원)로 1.67배가 뛰었다.

전통적인 법률 정보 기업들도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법률 정보 기업 톰슨로이터(Thomson Reuters)는 2023년 생성형 AI 기반 법률 비서인 '코카운슬(CoCounsel)' 서비스를 개발한 미국 AI 스타트업 케이스텍스트(Casetext)를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전격 인수해 법률 AI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글로벌 법률 정보 기업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도 2023년 미국 법률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 'Lexis+ AI'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1월에는 에이전틱 AI 기술을 탑재한 'LexisNexis Protege'를 출시하며 개인화된 법률 업무 수행을 돕는 AI 비서를 공개했다.

국내 법률 분야에서도 버티컬 AI 물결이 확대되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로앤컴퍼니는 자체 개발한 법률 AI 서비스 '슈퍼로이어'의 변호사시험 합격 소식을 전했다. 제14회 대한민국 변호사시험 선택형 문항에서 111개의 정답을 맞히며 합격 기준인 96문항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자국 언어로 AI 서비스를 활용해 변호사시험 객관식 전체 영역을 풀어 합격권에 든 것은 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어떤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일로 슈퍼로이어가 비영어권 최초로 해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로앤컴퍼니는 최초의 기록을 세운 지 77일 만에 정답수 123개로 합격자 상위 5%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뒀다. 아직 글로벌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은 대한민국 변호사시험 합격선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슈퍼로이어의 놀라운 성과는 국내 법률 AI 기술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잘 만든 버티컬 AI, 글로벌 확장의 실마리

버티컬 AI 육성이 중요한 것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높은 성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려면 해당 분야의 복잡한 요구를 이해하고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법률 분야의 경우 법조문 및 판례 해석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계약서 검토 시 세밀한 오류를 검증하는 등 고도의 정밀성과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정교한 로직 설계와 최신 검색증강기술(advanced RAG), 고도화된 LLM 활용이 필요하다. 특히, 로직을 각 국가의 서비스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형태로 만들고, 모듈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하면 해외 각 국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국가에 최적화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다.

로앤컴퍼니가 개발한 슈퍼로이어 또한 한국어 및 한국 법률에 특화된 AI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글로벌 확장을 전제로 설계된 법률 특화 버티컬 AI다. 실제로 로앤컴퍼니는 슈퍼로이어의 독자적인 로직을 중심으로 일본을 포함해 해외 주요 법률 시장에 현지화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소버린 AI가 기술 자립을 위한 국가 차원의 핵심 전략이라면, 슈퍼로이어와 같은 버티컬 AI는 특정 산업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가의 수출 역량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산업 육성 지원 및 규제 완화 정책 동시에 펼쳐야

법률 AI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리걸테크 기업들이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GPU 인프라, 양질의 데이터, 과감한 투자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을 마음껏 펼치고 기술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의 토대를 마련한 앨런 케이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통찰은 오늘날 리걸테크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률 AI라는 혁신적 기술이 등장한 지금, 우리는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때가 온 것이다.

전 세계가 기술 패권 경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지금, 거대한 기술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속도가 중요하다.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과감히 걷어내고, 산업을 육성하는 지원은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여 올바른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산업 육성에 더 힘을 실어준다면 국내 법률 AI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무대 위에서 국내 기업들은 세계를 선도하는 법률 AI 기술을 선보이며 새로운 미래를 써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AI 시대, 글로벌 법률 서비스 혁신을 주도할지 현재에 머무를지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렸다.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의 법률 특화 버티컬 AI 서비스 사례 -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의 법률 특화 버티컬 AI 서비스 사례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공동창업자 js.jung@lawcompany.co.kr

〈필자〉고려대에서 산업공학과 금융공학을 전공으로,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약 3년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변화를 일으키고자 2012년 김본환 대표와 '로앤컴퍼니'를 창업했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국내 1위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비롯해 법률 정보 검색 서비스 '빅케이스', 국내 최초 법률가용 AI 어시스턴트 '슈퍼로이어' 등 법률서비스의 대중화와 선진화에 기여할 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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