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4.2% '우리영화'를 망한 작품이라고 폄훼하는 사람들에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5. 7. 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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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좋은 드라마 ‘우리영화’, 끝나도 끝나지 않는 삶과 작품의 가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현상 씨 들려요? 끝도 없이 부서지는 소리."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에서 이다음(전여빈)이 찍는 영화 <하얀사랑>의 마지막 촬영에서 극중 규원은 바닷가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현상에게 그렇게 묻는다. 그 마지막 촬영을 찍는 감독 이제하(남궁민)는 그 장면에서 이다음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을 본다. <하얀사랑>의 규원과 현상은 그렇게 이다음과 이제하가 서로의 마음을 담아 작품으로 써내려간 주인공들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영화 <하얀사랑>의 리메이크일 뿐이었지만, 시한부인 주인공 역할을 진짜 시한부인 이다음이 맡게 되면서 그 작품은 이제하와 이다음이 다시 써가는 작품이 됐다. 그건 또한 아버지가 그 이름을 빼앗아 버린 그 작품의 원작자인 어머니의 마음을 하나하나 되짚는 작품이기도 했다. 어머니 역시 시한부로 죽어가며 그 유작을 남겼다. <하얀사랑>은 그렇게 죽어가는 이들이 그 마지막에 하려는 말과 마음들을 담은 작품이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한부의 시한부 역할을 끝내는 마지막 촬영 장면은 그래서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이다음이 이제하에게 하는 말이 됐다. 끝없이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이다음은 말한다. "이제하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자 이제하가 답한다. "어, 알아. 나는 행복해질 수 있어. 다음 씨가 알려줬잖아." 이다음의 당부가 이어진다. "제하 씨는 제하 씨의 시간을 살아줘. 아주 행복하고 충실하게. 나는 여기에 머물러 있을게. 제하 씨 마음에 그리고 이 바다에도,"

이다음은 그렇게 그곳에 영원히 머물러 있게 됐다. 그건 아마도 이제하가 찍은 영화 <하얀사랑>의 엔딩 장면에 담겨 있을 터다. "나는 이렇게 부서지고 다시 생기고 부서지고 다시 생길 거니까."라고 한 이다음의 말처럼, 그 영화를 볼 때마다 다시 생겨났다 부서지고 또 생겨날 거였다. 그렇게 <하얀사랑>의 영화는 끝날 것이고, 드라마 <우리영화>도 마지막회에 이르렀다.

1회 기록한 4.2%를 최고 시청률로 남긴 <우리영화>에 대해 섣불리 '망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 작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일 게다.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가, 어떤 작품이라도 섣불리 그렇게 재단할 수는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좀 낮은 드라마든, 관객이 적은 영화든 그 작품 하나하나에는 누군가의 삶 자체가 담겨 있기 마련이라고 이 작품은 말한다. 이제하와 이다음이, 또 <하얀사랑>을 함께 만들었던 다른 배우들이나 촬영감독 또 스텝 하나하나가 그러했던 것처럼.

부서져도 다시 돌아오게 되는 건 아마도 우리의 기억 덕분이 아닐까. 저 바닷가 같은 평소 함께 했던 곳에 서면 우리는 떠나간 이들도 다시 소환해낸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은 바로 유한한 우리들이 애써 그 기억을 소환해내려는 안간힘이나 마찬가지일게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애써 담아내려는 노력이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든 그 행위 자체가 가치와 의미가 있다.

제 아무리 활짝 피어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던 꽃잎들도 결국은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들은 못내 아쉬워 그 꽃잎들을 한 주먹 쥐어 주머니에 넣고 싶어진다. 누군가는 그 꽃잎을 책갈피로 넣어 뒀을 게다. 그것이 우리가 유한한 삶 앞에서 작품으로 그 삶을 남기고픈 마음이다. 부서져도 다시 돌아오고, 끝났지만 다시 보며 그 시간들을 되새기는 마음.

<우리영화>는 물론 소박했지만 끝까지 애초 하려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잘 마무리했다. 남궁민은 과하지 않게 감정을 꾹꾹 눌러냄으로써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해줬고, 전여빈은 시한부 역할에서도 더더욱 밝고 싶어할 그 마음을 제대로 담아 표현해줬다. 극 중 극의 서사로 영화 속 인물들과 그걸 만드는 이들이 서로 교차되며 감정을 에둘러 담아낸 작품을 쓴 한가은, 강경민 작가와,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따뜻한 느낌으로 연출해낸 이정흠 감독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모두가 모여 <우리영화>를 만들었다. '내 영화'도 아니고 '저 사람의 영화'도 아닌 '우리영화'. 결국 삶도 작품도 나나 저 사람이 아닌 우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전해준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가치는 충분하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한번쯤 다시 들춰보게 된다면 이 작품을 보며 따뜻하게 생각했던 이 시간들을 이 작품이 다시금 소환해줄 수 있을 테니. 부서지고 다시 생기고, 부서지고 다시 생기는 기억들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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